‘건강보험 급여정지’vs‘과징금’ 고심

지난 17일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위장관기질종양)한우회가 서울 중구 한국노바티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글리벡 등 17개 제품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정지 위기에 처한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17일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위장관기질종양)한우회가 서울 중구 한국노바티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글리벡 등 17개 제품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정지 위기에 처한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

보험급여 정지 시 환자가 약값 전액 부담…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르러

[현대경제신문 유성현 기자]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건과 관련해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급여정지’와 ‘과징금’ 사이에서 고심에 빠지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정지는 제약사 입장에서 ‘품목 삭제’와 ‘퇴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약을 계속 쓰려는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약의 건보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불법 리베이트 논란은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글리벡은 암세포로 가는 성장 자극 효소를 중간에서 차단해 암세포 분열을 막는다. 지금까지의 다른 항암제와는 달리 건강한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며 부작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수천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할 수 없으면서 그렇다고 불법 리베이트에 적발된 한국노바티스에 과징금만 물게 할 수 없어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지난해 8월 검찰 조사 결과에서 학술행사 명목의 접대 명목으로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년 동안 의사들에게 26억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바티스에 대한 행정처분을 최근 완료했다.

식약처는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노바티스의 3개 제품·13개 품목(뇌전증(간질)약·치매약·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등)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14개 제품·30개 품목(당뇨약·고지혈증약·천식약·황반변성치료제·면역억제제·백혈병 치료제 등)에는 판매정지 3개월에 해당하는 과징금 2억원을 부과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이들 17개 의약품의 보험급여를 정지할지, 아니면 과징금으로 대체할지 검토 중이다.

과징금은 급여비용 총액(처방금액)의 40%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보험급여를 정지하면 비급여 의약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대체약이나 복제약이 있을 경우 바꾸면 되지만 중증환자나 만성질환자 등 장기간 사용하던 치료제를 단번에 바꾸는 게 쉽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현재 계속 검토 중이고 논의하고 있다”며 “결과 발표일에 대해서는 특정시점을 들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8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보건복지부에 글리벡에 대한 행정처분을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회장은 "급여가 정지될 경우 기존 환자들은 매달 200만원 이상의 약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노바티스의 잘못으로 수천 명의 죄 없는 환자가 피해를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제도상의 보완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주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하면 대형사들은 돈만 내면 끝이고 보험급여 정지를 내리게 되면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결국 궁극적으로 리베이트 처벌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완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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