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하…대면채널 영업력 강화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주요 고객층이 겹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 상품 금리에 변화를 주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기존보다 최저금리가 인하된 대출상품을 잇따라 출시 중이다. 예‧적금 등 수신 상품 구성에 있어서도 금리 혜택을 늘려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대면채널 영업력 강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돌풍 속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BI저축은행은 간판 대출상품인 ‘사이다(연 6.9%~13.5%)’보다 최저금리를 1%포인트 낮춘 연 5.9%의 ‘SBI중금리 바빌론’을 최근 출시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최저 연 5.99%(최고 27.49%) 금리의 사업자용 비대면 대출 상품 ‘그날대출’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담보와 서류 없이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금리OK론(연 9.5%~19.9%)을 운영 중인 OK저축은행도 조만간 온라인채널을 통해 5~6%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최저 연 2.73%까지 낮춰 잡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금리 인하 상품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또 한국은행의 금리동결에도 불구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를 종전보다 소폭 상향조정했다. 4월 둘째 주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가 2.34%(세종저축은행)를 기록한 것으로 전주 대비 0.02%포인트가 높아졌다.

이 역시 케이뱅크의 수신상품 금리가 기존 금융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며 주요 고객층의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수준을 조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경우 대면채널 영업력 강화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자유입출금 통장인 ‘SBI사이다보통예금’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며 출시 넉 달 만에 가입자 수 1만명을 돌파한 이 상품은 일종 조건 충족 시 정기예금 수준인 연 최고 1.9%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영업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지점에 방문했을 때와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태블릿 지점 ‘W브랜치’를 선보였다. 지점 방문이 여의치 않거나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 대상 서비스로, 온‧오프라인 연계를 최대 장점으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케이뱅크가 공식 영업을 시작한 뒤 국내 금융업계 전반에는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0~40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출범 후 10일만에 가입자수가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지난 5일 은행업 영업 인가를 받았고 6월 중 출범을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고객층(신용등급 4~7등급)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겹치는 저축은행업계가 긴장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명확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에 따른 시장 잠식은 우려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저축은행 주 고객군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이들 상당수가 비대면에 익숙지 않은 내방고객이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의 경우 “현재 케이뱅크가 제공하는 금리 수준이 저축은행 등과 비교할 때 대출금리는 낮고 수신금리는 높은데 마진율을 고려하면 이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먼저 출범했던 외국 사례를 참조해 봐도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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