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씨 영향력 알고 지원했다" 추가 진술 공개
이재용, 엑소르 차기 이사진서 배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별관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별관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두 번째 정식 재판이 13일 열린 가운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삼성 측에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요구했다는 추가 진술이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최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영향력을 알고 지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알지 못했다며 특검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검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2015년 7월 말 독일에 가서 박 전 전무를 만나고 온 뒤 들은 내용을 진술한 조서를 공개했다. 황 전 전무는 “박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를 만나고 왔다면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줬다”며 “박씨는 최씨가 VIP와 친자매보다 더 친한 사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박 전 사장에게 “최근 문체부 국장이 날아간 일이 있는데 최씨가 힘써서 그렇게 됐다. 최씨가 아끼는 딸이 마장마술 선수인데, 그 딸을 포함해서 2020년 올림픽을 대비한 독일 전지훈련을 삼성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황 전 전무는 특검이 “용역계약 상대방인 코어스포츠가 최씨와 정유라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고 설명하자 “처음부터 최씨가 지정해 준 용역회사가 코어스포츠라 최씨가 컨트롤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은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 문제로 사회적 파장이 일자 지난해 코어스포츠를 위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고 최씨에게 통보했으나 최씨 측 요구에 따라 추가 지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 전 전무는 특검에서 “2016년 9월 하순경까지는 대통령도 건재해 있어서 그런지 단호하게 끊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황 전 전무 측 변호인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정유라가 역할을 한 건 맞다. 이 부분은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이 후회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 위해 최씨 측에 여러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특검은 정씨에게 주거나 향후 주기로 한 승마훈련 지원금 135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천여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간주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삼성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엑소르(Exor)’ 사의 차기 이사진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소르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로,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재계에 따르면 엑소르는 지난 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사 4명을 교체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교체 이사 중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포함됐다. 엑소르는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안건을 최종 처리한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해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엑소르 이사회에 불참했고, 올해 2월에도 구속으로 인해 이번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이사진 배제 조치가 그의 구속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향후 삼성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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