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우리나라만큼 태평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미국과 중국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놓고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오불관언이다.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권력 따먹기 놀음에 빠져있다. 그것도 아주 푹 빠져있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빌미로 우리업체에 핍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국자들은 차기정권이 어느 당에 돌아갈까 그 생각에 넋을 잃고 있다는 게 소문만은 아닌성싶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들도 현지공장을 정리하고 귀국하겠다고 서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상당 수 기업들이 현지공장을 정리하고 제3국으로 진출하거나 아예 귀국을 한지 오래되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이들을 받아 줄 준비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때 중국은 생산기지로서 블루오션으로 꼽힐 정도로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땅이었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던 중국이 차츰 멀어져 갔다. 경계의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건비가 싸고, 당국의 지원과 협조가 원활하고, 공과금이 거의 없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차츰 표독해지기 시작했다. 불과 20년도 안 되는 시간이 지나자 약속했던 과실송금도 세세하게 따지고 든다는 소문과 함께 이것저것 잔소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자국기업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고 대충 넘겨주면서도 유독 경쟁업체인 한국업체에 대한 각종규제가 도를 넘은지 오래였다. 오죽했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야반도주하다시피 귀국길에 오른 기업인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사드배치가 본격화하자 중국은 롯데를 비롯한 한국기업체를 대상으로 시비를 걸고 나섰다. 견디다 못한 기업들이 관련업소의 문을 닫게 했다. 당국에 대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별무소득이다. 우리정부도 방법이 없다는 대답뿐이다.

국제적으로 중국의 치졸한 대응에 삿대질을 해보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과 정상회담도 한다. 북한의 핵문제를 놓고 양국정상이 힘겨루기를 했다. 결과는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하긴 우리 쪽 계산으로는 그렇다는 의미이다. 우리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해서 제어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런 진전이 없다.

향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어떤 행동에 나설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소문만 요란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연일 대서특필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사국인 우리는 흡사 이웃집 불구경하듯 흔들림이 없다. 당국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다. 분명 긴장하고 귀기울여할 상황인데도 태평성대이다.

하긴 국민 절대다수가 뽑았던 대통령을 몰아내자고 밤낮으로 태국기와 촛불을 추켜들었던 백성이 아닌가. 그런데 까짓 남의나라 우두머리들이 만나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겠는가. 이런 속셈이 아니랴 싶다. 아니면 애송이 김정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두툼한 배짱이 작용했으리라.

소비자물가가 5년 만에 2.7% 올랐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퍽 안정적인 경제시책을 대변하는 듯한 뉴앙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경제가 지지부진했으면 물가마저 굴곡이 없었을까싶다. 후자가 제격이다.

정치는 엄청난 굴곡을 넘나들었다. 민생은 외줄을 타고 있었다. 천길 절벽에서 생사를 걸고 곡예를 펼치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옥좌를 향해 매진하느라 정신없는 이들이 이런 민심을 아는가 묻고 싶다.

태풍전야의 평온을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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