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손해율 개선에도 도움

ING생명의 헬스케어 서비스인 ‘닐리리만보’앱의 프로모션 현장 <사진=ING생명>
ING생명의 헬스케어 서비스인 ‘닐리리만보’앱의 프로모션 현장 <사진=ING생명>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국내 보험시장에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상품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먹을거리 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험사들의 손해율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외국계 보험사들로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맞춰 IT기술과 접목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비의료기관의 의료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현행 의료법이 헬스케어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사회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 고령사회로 그 수치는 향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고령인구 증가는 만성질환자 확대와 그에 따른 병원비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사회 변화와 맞물려 보험업계에서는 현재 종합건강관리 서비스인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다.

헬스케어란 고객의 건강 상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면서 개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질병 발병 전‧후 모든 단계에 걸친 집중 관리와 치료과정 보조 서비스, 재활 및 재택간호 서비스, 심리치료 서비스 등도 이에 포함된다.

그리고 현재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웨어러블기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앱)을 통한 단순한 건강관리서비스에 주목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서비스 도입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기존의 질병 치료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차원의 건강관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이를 통해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질병 예방의 목적이 일차적이지만 만약 질병이 발병했다 해도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고객들에게 높은 호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간병 도우미 제공, 요양시설 안내, 피부과‧안과‧치과는 물론 성형외과까지 뷰티 클리닉까지 그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남대문 AIA타위 내 마련된 ‘바이탈리티존’ 체험현장<사진=AIA생명>
남대문 AIA타위 내 마련된 ‘바이탈리티존’ 체험현장<사진=AIA생명>

앞서가는 외국계 보험사 

헬스케어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가 찾아온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외국계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ING생명은 걷기운동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건강관리앱 ‘닐리리만보’를 이미 시장에 선보였다. 해당 앱은 뉴욕·파리·홍콩·제주 등 국내외 도시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다양한 미션 퀘스트를 수행하며 해당 거리만큼을 걷도록 구성돼 있다.

AIA생명에서는 AIA타워 지하 1층에 ‘AIA 바이탈리티 존(AIA Vitality Zone)’을 지난 3월 열었다. 이곳에서는 신체상태 체크 및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실제 체험할 수 있는 러닝머신과 동작 인식 게임 프로그램 등이 설치돼 있다.

AIA생명은 바이탈리티 앱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이는 호주‧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에서 이미 선보인 건강관리프로그램이다.

알리안츠생명은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과 ‘올라잇 코치(AllRight Coach)’ 앱을 공식 출시했다. 해당 앱은 고객에게 매일 콘텐츠와 미션을 주고 식사 및 운동 기록, 저칼로리 건강 레시피를 제공한다.

그런가하면 라이나생명은 국내 헬스케어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가장 적극적인 시장 진출이 기대되는 보험사로 손꼽힌다.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세계적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기 때문으로 지난해 시그나그룹은 헬스케어 시장에서만 매출 397억달러(한화 약 44조3천600억원)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 현재 시그나그룹은 건강관리 자회사를 통해 26개에 이르는 체중·식단 관리는 물론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들의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그룹 회장도 “한국은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고령 인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만성질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건강관리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KB손해보험과 KB골든라이프케어, 서울성모병원 3자간 업무협약 현장 <사진=KB손해보험>
KB손해보험과 KB골든라이프케어, 서울성모병원 3자간 업무협약 현장 <사진=KB손해보험>

뒤쫓는 국내 보험사 

외국계에 비해 국내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시장 지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대다수 국내 보험사들은 올해를 헬스케어 도입의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NH농협생명은 IT기업인 KT와 ‘ICT 연계 인슈테크 서비스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빅데이터·모바일 등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상품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으로 이르면 내년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통신장치를 보급할 예정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이미 노인 고독사, 의료비 급증 등 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농촌 거주 가입자가 많은 만큼 헬스케어 등 신기술을 보험사의 역량과 접목해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1위 사업자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이미 ‘건강보험 사업선진화 기반 구축’ 작업에 착수, 체계적인 서비스 강화 전략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는 현재 유병자 건강정보 데이터를 취합하고 빅데이터형 건강보험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고객의 건강상태별 위험을 세분화하고 내년부터 고객의 건강 위험도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강화 차원에서 요양서비스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한 상태다. 지난 3월에는 KB손보와 KB골든라이프케어가 본격적인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KB손보는 앞으로 서울성모병원의 의료 노하우를 자문 받아 이를 활용한 신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울성모병원과 의료협력을 통해 요양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메리츠화재는 알리안츠생명과 마찬가지로 눔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무료 건강관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 트레이너 도움 없이 식단·체중·운동 등을 체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역시 헬스케어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을 출시했으며 중소형 손보사들 또한 빠른 시일 내 고객 건강정보 관리에 뛰어들 예정이다.

시장 확대에 제약 있어 

헬스케어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 정의가 포괄적이라 현재로서는 보험업계 헬스케어 시장 확대에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비의료기관 및 비의료인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무면허 의료행위일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보험사들의 법적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처방전에 기초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토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면서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험사들이 돈을 벌려고 헬스케어 서비스에 진출한다는 의료계 주장은 너무 시야가 좁은 것”이라 지적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