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무 대비 짧은 근속년수…보호 조치로 상담업무 효율화 도모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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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카드사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블랙컨슈머’로부터 멍들고 있는 감성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블랙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신조어로 악성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이다.

블랙컨슈머에 가장 노출이 심한 직원은 고객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콜센터 직원들로, 이들은 대표적인 감성노동자로 일컬어진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들은 콜센터 직원들에게 육체, 정신적 피해를 주는 블랙컨슈머들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직원 보호와 함께 상담업무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카드는 ‘블랙컨슈머 관리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상습적이고 고의적으로 성희롱 또는 폭력적 행태를 보이는 고객의 전화를 상담직원이 먼저 끊을 수 있게 했으며 피해를 당한 직원이 또 다시 같은 고객을 응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전담 직원을 배치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전화 끊기로 발생한 민원을 인사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폭언 고객 상담 후 30분간 휴식시간 보장, 고객의 비합리적 태도에 대한 사과와 보상 금지 조항 등도 포함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냉정하게 말하면 희롱이나 괴롭힘을 당하면 끊어도 된다는 (자사) 콜센터의 방침이 왜 이슈거리인지 의아하다”며 “고객한테 희롱 또는 폭언을 당하는 것은 다른 각도이지만 직원 보호라는 면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정 부회장은 “진상고객에 ‘NO(노)’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서 콜러들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실수를 하거나 답답하거나 엉뚱한 대응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거나 회사가 완벽해야만 폭언을 안 들을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직원 지원 프로그램(EAP)’을 이용해 콜센터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AP는 신한카드의 상담직원 보호프로그램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상담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고 외부 상담기관 및 병원과도 연계가 가능해 실제적 치료와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EAP는 총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해당 직원이 EAP 직원상담센터에 접속하고 사내상담을 접수한 뒤 상담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상담과 치료를 실시해 이후 인사이동을 비롯한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또 현대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블랙컨슈머에 대한 전담 상담 그룹을 운영해 고숙련 전문상담 인력을 집중 대응시킴으로써 일반 상담원에 대한 구조적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하나카드는 콜센터 상담 직원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치유 프로그램의 일종인 ‘콜센터 상담사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나카드는 근본적인 민원 감축을 위해서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상담사들의 스트레스 관리,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테마별 스트레스 치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매월 유명 쉐프와 함께하는 요리하는 테마 프로그램인 ‘푸드(FOOD)’, 놀이공원 피크닉을 테마로 한 ‘펀(FUN)’ 등 다양한 테마의 상담사와의 소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상담 직원 대상 힐링 강연, 1:1 전문가 상담치료, 상담사 수기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밝힌 금융권 콜센터 상담직원의 악성민원 피해 사례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실제로 콜센터 직원의 평균 근속년수는 1년 2개월 정도로 다른 부서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하는 상담 직원은 카드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상담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고역량의 업무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도록 각 카드사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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