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진 산업부 기자
장은진 산업부 기자

약 100일 전 경산에 위치한 CU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한 취객에 의해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에 따르면 당시 피해 아르바이트생은 취객을 피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탈출구나 방어벽이 없었던 편의점 계산대 구조로 인해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상통로가 없는 ‘ㄷ’자 구조의 편의점 계산대에 대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편의점은 계산대가 ‘ㄷ’자 구조로 돼 있다. 한쪽은 벽면이고 3면이 ‘ㄷ’자로 둘러싼 형태다. ‘ㄷ’자 구조의 계산대는 대부분 출입구가 1개다. 그나마 1개 있는 출입구도 계산대의 평판 일부를 들어올려야 출입이 가능한 식이다. 출입구의 폭도 50cm 미만으로 협소해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평상시면 출입에 문제될 게 없겠지만 폭행·강도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계산대 안에 쉽게 갇히게 되는 구조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CU편의점 계산대도 한쪽 벽면을 기준으로 ‘ㄷ’자 형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 안전관리 시스템은 시간적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호신장비나 비상탈출구가 있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편의점에서 발생한 폭력범죄는 1천543건, 강력범죄는 323건이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폭력·강력범죄의 수가 2천여 건에 달하는 셈이다.

약 2천건의 폭력·강력범죄가 발생하는데도 편의점 내 안전대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국 편의점에 비치된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비상벨, 다이얼전화기 등 외부에서 지원이 필요한 물품이다. 범죄발생시 개인이 직접 대응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알바노조가 확인한 결과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00여일이 지난 후에도 경산 CU편의점은 ‘ㄷ’자 계산대 구조, 야간 1인 근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신고를 할 수 있는 전화, 벨, CCTV가 기존과 마찬가지로 안전장치의 전부였다.

편의점 점주들도 현재 계산대 구조에서 아르바이트생 근무의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인테리어를 변경할 권한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점주에 따르면 편의점을 시작할 때 매장 디자인은 본사에서 설계한다. 2차적으로 점주의 의견을 묻지만 구조를 변경하기는 힘들다. 또 편의점을 개점한 이후 변경도 불가능하다.

한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교육할 때 '목숨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토로했다.

편의점 본사 측은 계산대가 ‘ㄷ’자 형태일 이유가 없다며 해당 편의점 크기마다 판매대의 구조와 크기도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또 카운터 구조는 전문가가 매장내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해 변경하기 힘든 요소라고 설명했다.

결국 효율적인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현장에서 아르바이트생들만 계속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판매보다는 근로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편의점업체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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