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CU 본사 BGF리테일, 노동자 살해사건 이후 책임 회피”

23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알바노조 및 피해자 유족 등 관계자들이 편의점 CU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최홍기 기자>
23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알바노조 및 피해자 유족 등 관계자들이 편의점 CU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최홍기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시 소재 CU편의점에서 발생한 아르바이트 근로자 살해사건과 관련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편의점 알바노조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알바노조는 빈약한 안전대책과 편의점 폭력에 대한 방비가 갖춰지지 않아 생긴 사고인데 사건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사후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및 해당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CU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알바노동자가 살해당했다.

사건은 당일 새벽 한 취객이 점포에 들어와 물건을 구매하면서 비닐 봉투값 문제로 아르바이트생(피해자)과 시비가 붙으면서 시작됐다.

피해자가 계속된 실랑이에 지쳐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간단한 현장조사 이후 자리를 떠났고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취객이 흉기를 갖고 돌아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가 다시 경찰에 신고한 후 도망쳤지만 취객은 이를 쫓아가 피해자 등쪽을 수차례 찔러 알바 노동자는 결국 사망했다.

사건 다음날 알바노조는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편의점 알바노동자의 취약한 안전과 실태를 고발했고 사측의 보상을 요구했다.

알바노조에 의하면 당시 BGF리테일은 “점주와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유족과의 협의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안전대책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그날 이후 단 한번도 유가족 측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장례식장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과 알바노조에서 연락을 시도해도 닿지 않았다.

안전대책이 미흡한 것은 물론이고 사건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자사 매장 안에서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의 죽음을 이렇게까지 모른 척 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CU는 단 한마디의 공식적인 유감표명도 없이 고의적으로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며 “방금 전 들은 이야기로는 가맹점의 일인만큼 본사가 책임을 지기 어렵다던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년 전국 편의점에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가 300~400건 발생하고 있는데 가맹점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사망 사건을 단지 가맹점의 일로만 돌리기엔 무책임하다는 의미다.

알바노조는 BGF리테일측이 유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23일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BGF리테일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에 진입하려다 관계자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장은진 기자>
23일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BGF리테일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에 진입하려다 관계자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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