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SK·한화 등 해체 내지 축소 움직임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대기업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한화 등 주요 기업의 컨트롤타워가 그룹 리스크 관리능력에 대한 저평가, 비선실세 연루 의혹 등으로 인해 해체되거나 2선으로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여파로 인해 해체되면서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이 도입됐다.

삼성은 기존에는 미전실 중심의 경영체제였지만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16개 상장사를 비롯해 59개 삼성 계열사들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현재로선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주력 계열사가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사 중인 상황이라 삼성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그룹의 총수 대행은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은 각사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기존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30% 축소해 ‘경영혁신실’로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하나였던 정책본부 조직 축소 및 재편과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반영된 것이다.

기존의 정책본부는 올 3월부로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2개의 큰 축으로 나눠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정책본부는 경영혁신실로 재편되면서 기존에 비해 70% 수준으로 축소되고, 준법경영 부분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됐다”고 밝혔다.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올 들어 규모가 축소됐다. 기존에는 최고 협의기구로서의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장동력 발굴에 더 집중하게 된다. 역할 재편에 맞춰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위원장도 기존보다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대부분 교체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 조직에 큰 변화는 없지만 작년에 비해 소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이 삼성 계열사 인수·합병에 관여됐다는 의혹으로 인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경영기획실의 규모를 줄이는데 대한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서 그룹 경영기획실이 축소될 것처럼 언급하고 있지만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그룹이 대내외 리스크를 감안해 컨트롤타워를 해체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데, 예전의 사례를 볼 때 시간이 흐른 뒤 규모를 확대하거나 조직의 명칭을 바꿔서 다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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