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발주 눈에 띄게 증가…주목해야”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란에서는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대림산업이 수조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사진은 안재현 SK건설 대표(왼쪽 두번째)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 등이 1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UNIT그룹과 이란 민자발전사업을 위한 UNIT인터내셔널에너지 주식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K건설>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란에서는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대림산업이 수조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사진은 안재현 SK건설 대표(왼쪽 두번째)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 등이 1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UNIT그룹과 이란 민자발전사업을 위한 UNIT인터내셔널에너지 주식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K건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 수주 실적이 저유가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60% 넘게 급감했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은 절반 이상 줄었으며 태평양·북미 지역 실적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반면 이란에서는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수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따내며 부진에 빠진 해외 수주 실적에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의 총액은 31억847만달러(3조5천156억)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85억6천338만달러·9조6천851억원)에 비해 64% 급감한 금액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지역 수주금액은 지난해 30억2천317만달러에서 올해 12억1천530만달러로 절반 넘게 감소했고 아시아는 27억8천624만달러에서 15억5천9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또 아프리카 지역 수주는 지난해 3억5천226만달러에서 올해 9천854만달러로 감소했다.

태평양·북미와 중남미 수주고는 더욱 크게 줄었다.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태평양·북미 지역에서 따낸 수주 실적은 78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11억1천849만달러)의 0.69%에 불과하다.

중남미에서 따낸 공사는 1억4천380만달러로 전년 동기(12억8천415만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주로 중동에 진출하는데 저유가로 중동에서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주 시적이 감소했다”며 “또 전략적으로 해외 저가 수주를 지양한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미 지역은 해외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으로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곳이 아니다”라며 “올해가 아직 오래 지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 보면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부진 속에서도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이란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잭팟’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1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UNIT그룹과 이란 민자발전사업을 위한 UNIT인터내셔널에너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다.

UNIT인터내셔널에너지는 UNIT그룹이 터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이 사업은 이란 내 5개 지역에 5기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이란에서 추진되고 있는 발전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발전용량은 5천MW이며 총 사업비는 34억유로(약 4조1천280억원)이다. 공사비는 25억유로(약 3조470억원)에 달한다. SK건설은 발전소 공사를 도맡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완공 후에도 30%의 지분을 갖고 UNIT그룹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안재현 SK건설 대표는 “SK건설이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을 확보하며 이란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며 “SK건설의 개발형사업의 수행경험을 살려 고품질의 발전소를 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3조8천억원, 2조2천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발주처는 이란 국영정유회사(NIOC)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다. 총 수주금액은 30억9천800만유로(약 3조8천억원)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중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약분은 3조2천억원이며 현대건설은 수주금액은 6천억원이다.

대림산업도 이달 중순 경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 금액은 2조2천334억원으로 대림산업의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의 23.48%에 해당한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시공자에게 금융조달의 역무가 포함되므로 착공시점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이란 지역에서 발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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