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 나라의 공식국호에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쓰인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인 민주주의가 국호이면서도 어언 70여년을 최악의 독재체재로 남아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소나 개가 웃을 일이라면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게다.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체제에 살던 3만여 명의 북한사람들이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 대한민국에서 정착해 살고 있다. 압박과 굶주림에 견디지 못해 오직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은 것이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북한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세뇌되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체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위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라는 독재울타리에 갇혀 사육 당했다. 김일성일가의 거대한 병영국가에서 끊임없는 세뇌과정를 거친 것이다.

철저한 세뇌도 굶주림 앞에서는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독재자는 몰랐다. 태어나 말을 배우면서부터 오직 태양 같은 원수님의 은덕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인민이라고 되뇌었던 그들이다.

세습독재자들은 인민들이 곁눈질을 하지 못하도록 온갖 규제를 만들어 지키도록 했다. 그 결과 체제유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인민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들이다. 이런 기관들이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 상호간 감시기능이 강화되고, 인민의 삶과는 무관한 치열한 경쟁이 생겼다. 병영국가의 비극은 이렇게 비롯되었다.

인민공화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체제유지를 할 수 없을 만큼 내부의 부패와 배신감에 분노한 인민저항이라는 쓰나미 앞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특정체제의 생성과 결과에 국한된 예가 아니다. 멀쩡하게 잘 나가던 회사가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도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소홀히 한 때문이다.

국가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 변화하지 않으면 영원한 것은 없다. 발전의 추동력이 되는 경제도 끊임없는 변화, 혁신 없이는 온전할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가 작금에 이르러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선지 이미 오래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과 방법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과거의 정부주도형 경제운영시대가 아닌 것도 한몫을 한다. 경제의 한 축이 주문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연전에 내한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더턴 교수는 한국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따라잡기 성장((catch-up growth)을 통해 중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문턱을 넘었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앞서가는 성장(leading growth)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저성장에서 탈출하는 길은 단하나, 혁신뿐임을 강조했다. 혁신은 늘 현재진행형임을 역설한 것이다.

이어서 그는 과도할 정도의 정부개혁과 아이디어의 공유가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제적 격차해소를 위해서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지만, 이는 그 국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0⁚8로 한 정권이 종식되었다. 민심을 잃은 정권은 하루아침에 참담하게 소멸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국민이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차기정권의 배려가 필요하다.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 민심은 곧 민생을 돌보는 것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전 정권의 전철이 되풀이될 기미라도 보이면, 민심은 가차 없이 돌아선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호로 민주주의 쓰면서도 거짓을 일삼던 무리들의 운명을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은 예리한 시선으로 꿰뚫고 있다. 그것이 곧 하늘마음(天心)이다. 한 정권의 소멸을 함께 목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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