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조금 제한 이어 미국 배기가스·연비 규제 완화로 연이어 타격

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충남 서산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충남 서산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의 보조금 제한 조치에 이어 미국의 배기가스·연비 규제 완화로 인해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9일 뉴욕타임즈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과 교통부는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연비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GM과 포드, 토요타, 혼다 등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한 규제 완화를 수용한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자동차 개발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자동차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약해지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와 중국 일부 업체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GM의 전기차인 볼트는 올해 2월 미국에서 952대가 판매됐다. 이는 1월(1천162대) 보다 감소한 수치다.

이충재 연구원은 “LG화학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GM은 트럼프 행정부에 연비·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대표적인 업체”라며 “GM의 야심작이라던 볼트 역시 지난해 12월 판매가 시작됐지만 규제 완화 조치로 사업 동력은 더욱 약해질 가능성 높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번 규제 완화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배기가스·연비 규제 완화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정부가 외국업체에 차별적인 정책을 취하는 가운데 이뤄진 조치다.

지난해 말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연간 리튬이온 80억Wh 이상을 생산하는 배터리 업체를 모범기준으로 정했다. 이는 종전 기준(2억Wh) 보다 무려 40배 높은 규모다.

중국에서는 모범기준업체로 선정돼야 전기차 값의 절반에 근접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을 달성한 기업은 비야디(比亞迪·BYD)와 닝더스다이(寧德時代)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에는 중국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시장인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 2015년 중국 난징과 시안에 각각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으나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배터리를 공급가능업체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이 아닌 유럽과 국내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헝가리에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순수 전기차(EV) 기준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으며 LG화학은 이로부터 2개월 뒤 폴란드에 EV 1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 공장에 2GWh 규모의 추가 설비를 세운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향후 7년간 수주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라며 신설 공장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충재 연구원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사드(THAAD‧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은 규제 완화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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