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20년 경제침체라는 질곡 속에서 일본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 중하나가 세계최고를 구가하던 전자산업과 관련 메이커들의 쇠퇴였다. 세계 어디를 가든 일본전자제품은 일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세계인으로부터 최고 대접을 받았다.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평가는 이른바 조변석개로 바뀐다. 따라서 아침과 저녁마다 승패가 달라지기 십상이다. 시장은 냉정한 승부세계의 현장이라는 의미이다. 그곳에서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나라 가운데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성공을 거둔 국가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내전과 혁명 그리고 쿠데타라는 혼란을 차례로 겪었다. 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내란으로 꼽히는 환란도 치러냈다. 하나도 겪어내기가 어려운 난국을 대한민국은 서너 차례나 넘겼다. 어찌 보면 지지리도 박복한 나라라고 손꼽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던 나라가 일본이 지지부진하던 무렵에 이르러 그들이 자랑하던 전자산업과 중공업 즉 조선, 철강 산업까지 차례로 따라잡았다. 추격이 시작되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암암리에 벌어진 일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해 내고도 어안이 벙벙했다. 스스로 했으면서도 성공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세계시장사상 이렇게 역동적이고, 경이로운 역전극은 거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세계 사람들이 아니,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비로소 우리가 승리하고 있음을 감지했을 정도였으니까.

한때 세계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비웃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고 조롱했다. 그럴 만도했다. 외환위기로 코리아 호(號)는 곧 침몰직전에 몰렸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선진국으로의 항진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던 우리였다. 대한민국이었다. 불과 10여년도 누려보지 못하고 경제적 성공을 지금 짓뭉개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이후 심각한 국민적 분열상을 바로 눈앞에서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우두망찰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지경이다.

그사이 일본은 경제적부진의 그늘을 거둬내고 햇볕을 즐기고 있다. 전자산업이 되살아나고 있고, 중공업도 예전을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으쓱대던 전자산업은 지금 유고 중이다. 총수는 감옥에 있고, 기업은 신음을 하고 있다.

대통령을 낙마시키기 위한 전주로 전자산업을 부흥시킨 기업의 총수를 가둬두고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물론 촛불로 대변되는 진보적 시각의 주장은 다를 수도 있다. 국론분열이 낳은 나라경제의 심각한 상황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나락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열주체 세력들은 이미 차기리더가 누구인지 줄서기에 급급하다. 그들의 주요업무는 당장 시들어가는 민생문제에 단물을 주는 데에 있지 않다. 오직 거시적 안목으로 대대손손 일신의 부귀영화를 계산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선심공약은 한마디로 엄청남 증세 없이는 어림도 없는 것들뿐이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유권자를 감언이설로 현혹시키고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해소, 수출증진, 출산장려, 노인복지확대, 국토개발 등등을 하겠단다. 그걸 자기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고 며칠 빨리 정권을 잡으면 그런 공약이 모두 이루어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일까. 국민은 더 이상 속아서도, 속일수도 없는 천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꼭 메이드 인 코리아가 신화로 남지 않는, 그리하여 현재진행형의 경제발전이 이어나가기를 학수고대해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