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대다수, 자율경영 차질 빚을 듯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내 삼성그룹 기자실에 폐쇄 계획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던 사내 방송(SBC)도 이날 오전 방송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중단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모두 닫혔다. <사진=연합>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내 삼성그룹 기자실에 폐쇄 계획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던 사내 방송(SBC)도 이날 오전 방송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중단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모두 닫혔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의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실상 경영 마비상태인 삼성은 3일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마저 해체했다.

업계는 지난 해 12월 열렸던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미전실의 해체를 약속했던 만큼 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지만, 그가 옥중에서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향후 250여명의 미전실 직원들은 계열사로 전환배치 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인사 발령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조만간 인사 발령이 있을 것”이지만 “자세한 건 아직 모르겠다”라고만 전했다.

삼성의 2인자로 불렸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7명의 팀장 등 미전실의 책임자급은 모두 퇴사했다.

미전실은 해체됐지만 법무팀 인력 중 대다수는 삼성전자로 둥지를 옮겨 이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락과 기획 업무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맡아 3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압박이었다는 ‘피해자 프레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비서실이 모태인 미전실은 1959년 생긴 이래로 대관업무를 통한 정경유착과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이 전경련 탈퇴에 이어 미전실 해체로 정경유착 근절을 하겠다는 강도 높은 쇄신안을 실천한 만큼 여론의 동정론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전실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도 해체됐지만 2년 만에 부활한 바 있다. 또한 미전실이 형태만 달리할 뿐 그 기능은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사내 등기 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반에 나선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세대의 충신이었던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등을 일선에서 자연스레 떠나게 만든 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삼성이 약속한 계열사들의 자율경영 또한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2015년 기준 삼성그룹 59개 계열사의 전체 매출 약 272조원 중 절반인 135조원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삼성의 매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의존도가 높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 등의 계열사는 물론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업종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계열사까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자율경영에 나선 터라 당분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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