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는 각오 보여줘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삼성은 28일 오후 미전실 해체와 대관 조직 폐지 등이 골자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미전실 폐지 선언을 지킴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를 확실히 알리게 됐다.

삼성은 앞으로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미전실은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해 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향후 미전실 기능은 계열사로 이관한다. 최지설 미전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비롯해 7개 팀장 모두 사임한다.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승마협회장)도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서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은 소속사로 복귀한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온 삼성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더 이상 '삼성그룹'이란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삼성은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의 일정 기준 이상은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 집행할 방치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앞으로 삼성은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중심축이 돼 유관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의 자율경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는 폐지된다. 그룹 신입사원 공채 또한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계열사별 공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전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은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3개 주력 계열사로 이동해 미전실 업무 인수인계 등을 거친 후 원소속사나 다른 계열사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은 계열사들의 현안을 챙기고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와 임원 승진 필수코스로 꼽혀왔지만 대외 로비와 총수 일가의 승계 지원 등의 업무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이 부회장이 연루되면서 미전실 폐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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