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근절, 사회협력 예산 폐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왼쪽 첫번째)이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56회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왼쪽 첫번째)이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56회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고심 끝에 유임을 수락했다. 향후 전경련의 운명은 이제 허 회장의 손에 달리게 됐다.

전경련은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제56회 정기총회를 열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차기 전경련 3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부로 퇴임했다. 이 부회장의 후임으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선임됐다.

허 회장은 이달 임기가 끝나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전경련 회장단과 재계 원로들의 간청에 전날 밤 유임 권유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 본인이 직접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하며 고사하자, 어쩔 수 없이 연임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무너져가는 전경련을 구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주도 당시에도 회장을 지냈던 만큼 쇄신과 정경유착 근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허 회장의 유임 소식에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다.

전경련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비판 여론을 거세게 받는 만큼 허 회장의 취임사에는 정경유착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각오가 묻어났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전경련이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업·회계 공개 등 투명성을 강화하며,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부당한 외부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허 회장의 정경유착 근절의 첫발은 사회협력 회계 폐지부터 시작된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지원 등으로 논란이 됐던 사회협력 예산을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전경련 회장을 3번째 연임하게 된 허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정치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빗발치는 해체요구에 맞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혁신’을 수혈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의 주도로 출범되는 혁신위원회는 혁신위원장에 허 회장 본인이 맡고,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내부 인사 3명과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된다.

혁신위는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과 미국의 경제단체인 'BRT(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를 벤치마킹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전경련은 쇄신 이외에도 예산을 전적으로 담당해오던 삼성과 LG를 비롯한 4대 그룹이 다 탈퇴한 만큼 올해 사업 계획과 예산 조정이 불가피하다.

허 회장은 이날 정기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4대 그룹이 다시 회원사로 가입하도록 설득할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만큼 4대 그룹이 다시 전경련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는 554개의 회원사 중 대다수의 회원사가 위임장만 제출, 100여명만 자리를 지켰다.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던 정기총회의 모습에서 전경련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