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복합위기 혹은 총체적위기, 상대적위기라는 용어는 전문적인 경제용어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비상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면 이런 용어들이 상황표현에 끼어들기 마련이다. 경제 국면을 군사전략적 상황에 빗대 위기의 극대화를 부각하려는 수단의 하나이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측면이 강하다. 오랫동안 군부에 의한 국가주도가 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면해소를 위해 정책을 펴는 방법에서도 타개 혹은 전개, 주효전략 등등 군사전략적 색채가 농후한 단어들이 동원된다. 일종의 버릇이고 또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조급성에서 기인된다고 할 것이다. 관료의 무의식중에 그런 버릇이 잔존해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이른바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탄핵소추에서 비롯된, 보기엔 단선적 정치위기인 듯 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경제, 사회, 외교안보에서 더 나아가 문화적 위기로까지 번져있다. 엉켜있다는 말 그대로 복합위기가 임계점에 이른 것이다.

정치부재라거나 한계, 혹은 리더십이 없는 까닭에서 온 내란적 성격이 짙다고도 한다. 일부국민의 시위양상을 정치수단으로 끌어들이면서 혼란이 본격화 된지 벌써 1백일을 넘기고 있다. 탄핵을 들먹일 일이라면 바로 개념없는 정치인들의 내란적 성향을 소추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불안하니 경제가 성할 수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위상은 세계 6위였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보다 두 계단이 내려앉아 가까스로 8위를 마크하고 있다. 58년 만에 2년 연속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출부진은 당연히 내수시장의 침체를 불러내고 있다.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백약이 무효라고 할 만큼 중병에서 허덕이고 있다. 늘어나느니 가계부채와 실업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제조업분야에서 일자리가 지난 1년 사이에 무려 16만개나 사라졌다. 올 들어 지난 1월에만 1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긴 것이다. 고용시장이 동결상태란다. 앞으로도 실업자가 양산될 게 뻔하다. 조선업 등 노동인구를 대규모로 포용했던 기업에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청년실업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넘어야 고비이다.

이런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머리를 맞대서 민생이 처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곳이 국회이다. 한마디로 민생을 보듬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들은 때가되면 누구하나 빼먹지 않고 언필칭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개인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소속된 당의 목소리도 같다. 그대로라면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쉽고 좋은 나라가 되었을 터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아니, 그 이전부터 민생관련 입법을 호소하던 대통령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래도 여와 야는 입장차이만 내보였을 뿐 정부의 호소를 외면해 왔다. 그랬던 그들이 이 어지러운 정국에서 느닷없이 상법을 고치겠단다.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 성싶다. 무엇 때문에 이 시점에서 상법개정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야당이 일치해서 밀어붙이는 저의를 묻는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들뜨게 했는가.

이를 두고 기업인들은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란다. 우리나라 최대재벌의 기업총수를 잡아넣고 정치인들은 애써 국민의 뜻이라고, 정의는 살아있노라고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자기는 빼달라는 듯 들이대는 마이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그들이다.

갑자기 늘어난 정당의 대표들이 비워뒀던 국회를 열겠다고 한다. 두 개에 불과했던 정당도 원수같이 싸웠는데 이제는 네 개로 늘어났다. 얼마나 더 싸움을 해댈지 국민은 기대(?)한다. 그리하여 민생의 선택을 손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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