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재로 신규 투자·인수합병 ‘올스톱’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충격 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분간 경영정상화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은 그동안 미뤄왔던 정기인사를 이달 28일 단행할 계획이다. 다만 사장단과 임원급은 제외한다. 이들에 대한 인사는 이 부회장이 복귀해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영진은 인사 단행을 시작으로 대졸신입사원 공채 등을 실시하며 경영체제를 바로잡겠다는 포부지만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들이 포진해있어 매출이나 경영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 부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중요한 인수합병이나 신규 투자 사업은 주춤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이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와 관련해선 “근거 없는 말”이라며 “공장은 예정대로 조성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미국 시장조사 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이 미국 소비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평판 지수를 조사한 결과 삼성이 지난해 7위에서 올해 49위로 급락한 것에 대해선 “아시아 기업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이 보수적이라는 것도 적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공백은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달 말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보아오(博鰲)포럼 참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이사회도 참석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은 지난 해 11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출국금지를 당해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번에도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엑소르의 피아트는 페라리, 마세라티 등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카메이커로, 삼성이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세계 지도자나 오너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에서 인맥을 쌓으며 글로벌 네트워크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업계는 이번 하만 인수 결정에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장기화될 경우 이미지 하락은 물론 신규사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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