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토목 시장 저조…해외 집중”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편집자주] 281억9천231만1천달러(약 32조546억원).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이다. 지난 2006년(164억6천816만4천달러)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700억달러를 넘었던 2010년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몇 년 간 국제 유가가 낮게 형성되면서 우리 기업의 주력 시장인 중동의 발주가 줄어든 탓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 대림산업은 이란에서 경제 제재 해제 이후 글로벌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SK건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공사도 사실상 따냈다. 또 현대건설과 GS건설은 5조8천억원 규모의 바레인 정유공장 공사에 도전하고 있다.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의 투시도. 세계 최장 길이(3.7㎞)로 건설되는 이 다리는 대림산업과 SK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대림산업>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의 투시도. 세계 최장 길이(3.7㎞)로 건설되는 이 다리는 대림산업과 SK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 이란서 대규모 수주…글로벌기업 최초
대림·SK, 세계 최장 길이 현수교 공사 수주 유력
현대·GS·SK, 중동서 수조원대 플랜트공사 도전장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 2~3곳이 2조3천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유생산시설 건설공사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아부다비 육상석유운영회사인 아드코(Adco)가 발주하는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Bab Integrated Facilities Expansion)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SK건설 외에도 GS건설과 이탈리아의 사이펨(Saipem)과 테크니몽(Tecnimont), 영국의 페트로팩(Petrofac), 일본의 JGC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은 아부다비에서 남동쪽으로 160km 떨어진 밥(Bab) 지역에 있는 원유생산시설을 통합해 생산 능력을 하루 45만배럴까지 확장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20억달러(약 2조3천104억원)으로 추산된다.

SK건설과 GS건설은 모두 아드코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있다.

SK건설은 지난 2009년 아드코가 발주한 ‘밥 가스 컴프레션’(Bab Gas Compression) 공사를 8억2천만달러(약 8천900억원)에 수주해 지난 2013년 준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부다비의 합샨 밥 지역에 천연가스 압축플랜트 3기와 부속설비를 건설하는 공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공사가 줄줄이 취소되던 시기에 선도적으로 진출한 사례였다.

GS건설은 지난 2014년 5월 아드코가 발주한 14억4천만달러 (약 1조4천816억원) 규모의 원유 처리 플랜트 3단계 확장 공사를 수주했다.

GS건설은 UAE 현지 업체인 돋살(Dodsal)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성공했으며 주요 원유 처리 시설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재 담당부서에서 (발주 정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은 현재 5조8천억원 규모의 바레인 정유공사 입찰에 뛰어들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바레인 국영 석유회사인 밥코(BAPCO)는 지난달 7일 ‘시트라(Sitra) 정유공장 확장 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이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미국 플루어(Fluor)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GS건설은 일본의 JGC와 손을 잡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공사는 밥코의 현대화 프로그램으로 추진됐다. 노후화된 원유증류시설(CDU)과 유동접촉열분해(FCC)시설을 교체해 생산능력을 하루 26만7천배럴에서 36만배럴로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밥코는 지난 2015년부터 이 공사의 추진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 공사비용은 약 50억달러(약 5조8천465억원)다.

현재 밥코는 입찰 참여업체들을 대상으로 시공사 선정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는 3월 경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 2~3곳이 2조3천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Bab Integrated Facilities Expansion)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사업비는 20억달러(약 2조3천104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최광철 전 SK건설 사장(현 SK수펙스 사회공헌 위원장·왼쪽)이 2009년 4월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 발주처인 아드코(Adco)와 8억2천만달러(약 8천900억원) 규모의 가스압축플랜트 공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아드코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K건설>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 2~3곳이 2조3천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Bab Integrated Facilities Expansion)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사업비는 20억달러(약 2조3천104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최광철 전 SK건설 사장(현 SK수펙스 사회공헌 위원장·왼쪽)이 2009년 4월 밥 통합시설 확장사업 발주처인 아드코(Adco)와 8억2천만달러(약 8천900억원) 규모의 가스압축플랜트 공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아드코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SK건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한 2조3천36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사업을 지난해 말 단독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말 5천500억원 상당의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대림산업은 또 지난달 27일(현지시각) SK건설과 함께 총사업비 3조5천억원 규모의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세계 최장 현수교를 짓는 이번 교량 공사는 다르다넬스해협을 사이에 둔 터키 차나칼레주(州)의 랍세키와 겔리볼루(갈리폴리)를 연결하는 길이 3.7㎞의 현수교와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세계 24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수주전에서 일본은 국토교통상까지 현지에 파견하며 자국 업체들의 수주 지원활동을 벌였지만 SK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주택·토목 시장이 과거에 비해 저조할 전망”이라며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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