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규정비 지연…약관 개정 시 ‘자문’에만 그쳐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보험상품심의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보험 상품의 사전 규제를 없애 상품 개발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출범했지만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못해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손해·생명보험협회 산하 보험상품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운영이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후속 조치로 만들어졌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10여개에 달하는 보험 표준약관을 폐지하고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의 표준약관에 대해서는 제·개정 권한을 보험협회 등 민간기구에 넘기기로 했다.

보험 상품 개발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표준약관 제도가 인가제도로 이용돼 사실상 ‘붕어빵’ 상품이 양산됐다고 보고 금감원의 감독규정 역할을 했던 표준약관 폐지를 추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위원회가 출범 이후 표준약관 제·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보험 상품의 표준약관 제·개정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출범 이후 두 번에 걸친 표준약관 개정에 참여한 바 있는데 이때도 위원회는 자문 역할만 수행했다.

실손의료보험을 ‘기본형+특약형’으로 나눠 분리하는 방안이나 자동차보험의 ‘사망위자료·간병비 현실화’ 방안 등인데 법안 통과가 늦어지다 보니 위원회만 만들어졌을 뿐 원래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로드맵 발표 이후 ‘표준약관 정비 TF'를 구성, 지난해 상반기까지 세부계획과 법규정비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지난 19대 국회 종료 이후 상정됐던 관련 법안이 폐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12월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보험 상품의 개별 약관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민간업계에서 약관 개정 등 상품 심의 권한을 갖게 될 경우 생길 소비자 피해에 대해 사후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가된 것이 기존 법안과 다른 점이다.

김 의원실에서는 다음달 혹은 4월의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 올 상반기 이후에서야 비로소 위원회가 표준약관 제·개정에 대한 심의 권한을 갖게 될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약관 개정 등 보험 상품에 대한 감독은 금감원의 주요 업무라 감독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다만 입법 발의도 끝났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원 입법으로 다시 발의된 이유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이에 법안이 발효되는 이후 바로 심의에 나설 수 있도록 미리 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재 김치중 전 보험연수원장을 회장으로 두고 상임위원회 7명, 생명보험·손해보험·재산보험 등 하위 분과위원회에 각 10명씩의 위원들이 구성됐다. 분과별로는 학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법률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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