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회계 인식해…고의성 충분”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7월 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7월 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검찰의 구형과 같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단일기업으로서 최대 규모의 분식과 대출 사기"라며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3월 대우조선 대표이사에 취임해 지난 2015년 5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고 전 사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재임 시절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순자산(자기자본) 기준 5조7천59억원, 영업이익 기준 2조7천829억원 상당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다.

고 전 사장은 또 회계사기를 바탕으로 취득한 신용등급을 이용해 2013∼2015년 약 21조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이 사기 대출에는 금융기관 자금이 4조9천억원 가량 포함돼 있다.

검찰은 특히 고 전 사장이 이처럼 조작된 실적을 근거로 임직원에게 4천96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고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고 전 사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8월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분식회계에 대해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지시했다는 범의(범죄 의도)를 일체 부인한다”며 “엄격한 의미에서 다소 일부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검찰이 적시한 규모의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은 영업 손실을 만회하고 목표 영업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회계분식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분식회계에 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고 이를 시정하지 않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나아가 연임을 도모하며,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는 이익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회계분식과 사기적 부정 대출, 또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혐의를 유죄로 결론지었다.

다만 2012년도 회계분식에 공모했다는 점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와 연관된 사기 대출, 성과급 지급 부분도 함께 무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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