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잘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피의자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피의자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심문 결과에 따라 늦은 밤이나 다음날 새벽쯤 구치소에 수감되거나 석방된다.

만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은 경영 공백 상태로 들어가,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갈 경우 이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에서 “저보다 더 훌륭한 분이 계시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공백 상태에서도 전문 경영인들이 경영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면 이 부회장은 자신의 말대로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전문 경영인들이 제대로 삼성을 운영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미래 자체가 어두워질 수 있다. 이 부회장 개인의 입장에선 이래나 저래나 고민인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지만 올해 하반기 내에 전장사업인 하만을 인수키로 한 계획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합병 같은 중요한 문제들은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나 미래 먹거리 선점 등 중요한 이슈들을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겨온 만큼 삼성의 경영 운영 차질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3명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 그나마 경영상 충격이 덜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수뇌부 3인의 불구속 수사는 삼성의 경영상 공백을 막기 위한 특검팀의 배려다.

이규철 특검보는 17일 브리핑에서 "삼성의 경영상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제외한) 세 사람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협박에 가까운 요구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하게 됐다는 피해자 프레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또한 특검이 승마 지원이 자신의 경영승계를 위한 뇌물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뇌물이라고 하는 것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할 예정이다. 삼성이 회삿돈을 빼돌려 뇌물을 건넨 적이 없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이 부회장 측의 의견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의도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하며 막판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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