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영 사실상 올스톱

▲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피의자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
▲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피의자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다. 오너 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12일 특검의 소환을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22시간의 밤샘 조사를 받은 뒤 13일 오전 8시쯤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빠르면 14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와 지난 해 12월 열렸던 국정조사에서의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 측에서 최씨 측에 지원한 자금의 수혜자가 박근혜 대통령으로 드러날 경우 형법상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혐의액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

지원 자금의 출처나 사용 경위 등에 따라 횡령이나 배임 혐의도 포함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의 사법처리 여부도 함께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열고 “내일이나 모레쯤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2015년 자신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거액을 지원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밤샘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최씨 측에 금전 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사를 받은 최지성 사장, 박상진 사장 등과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리더십이 흔들거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 세탁기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렸다. 월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상무부가 작년 중국산 삼성·LG 세탁기에 각각 부과한 반(反)덤핑 관세 52.51%, 32.12%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장업체 하만 인수도 집단 소송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하만을 80억달러(한화 9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획했다. 취약한 전장업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대주주들이 하만 인수를 반대하면서 집단소송을 걸었다.

이 부회장의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때지만 그는 손발이 묶인 상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열렸던 재계 신년인사회도 불참했고, 출금금지로 인해 오는 17일 스위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엑소르(Exor)사의 이사회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경영까지 올스톱 된 셈이다.

여기에 지난 해 연말 인사와 올해 신년 경영 계획마저도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노트7 발화 사태도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상태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추락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기업 이미지마저 실추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면서 “경영 세부 방침을 정하기는커녕 특검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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