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둔화에 생존 건 ‘밥그릇싸움’ 전망…소비자 트렌드 맞춘 업태 전망도

[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은 가고 정유년 새해가 시작됐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 특성 탓에 ‘잘해도 욕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올해는 성장세 둔화를 이겨내면서 소비자 마음을 쟁취하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예상되며 최근 몇 년간 새로워진 업태와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춘 이색 행보가 전망된다.

최근 면세점 추가특허에 성공한 롯데,신세계,현대의 면세점 입지. <사진=각사 취합>
최근 면세점 추가특허에 성공한 롯데,신세계,현대의 면세점 입지. <사진=각사 취합>

많아진 면세점, 잡음·출혈경쟁 불 보듯

면세점 이슈는 최근 2~3년간 유통업계를 쥐락펴락했던 큰 화젯거리였다. 특허문제를 둘러싼 업체간 갈등은 물론 사업자의 특혜의혹 및 비리, 늘어난 면세점 수와 반비례하는 입점브랜드와의 관계까지 다양한 잡음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면세점을 둘러싼 잡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면세점들의 불건전한 내부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비선실세 농단으로 인한 불똥이 튀면서 면세점 업체의 특혜비리 논란도 계속 거론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 추가특허로, ‘안 그래도’ 너무 많은 면세점 시장이 과포화되면서 발생하는 출혈경쟁 또한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추가특허를 획득한 롯데와 신세계, 현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오픈을 완료해 면세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이중 롯데는 지난 5일 오픈한 이후 오는 4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종전 신규면세점들도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 여부와 올해 오픈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너도나도’ 생수사업…올해 경쟁 더욱 심화

<사진=농심>
<사진=농심>

올해 생수시장은 예년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3대 강자로 꼽히는 ‘삼다수’와 ‘아이시스’, ‘백산수’에 이어 대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생수사업을 운용중인 기업들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어서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0년 약 1조원가량의 시장규모가 구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2월 70억원을 투자해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 인수를 마친 이후 본격적인 생수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아워홈도 PB제품인 ‘아워홈 지리산수’를 출시하고 생수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존 삼다수 판권계약을 맺고 판매해왔던 광동제약은 지난해 계약 종료를 앞두고 1년연장에 성공하면서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는 등 생수시장 열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농심도 각각 아이시스와 백산수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 웅진식품, 남양유업 등 생수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이 많은 만큼 생수가 올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1일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bbq OLIVERS(bbq 올리버스)공식 후원 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경제신문>
지난 11일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bbq OLIVERS(bbq 올리버스)공식 후원 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경제신문>

 

온오프라인 교차진출 넘어 이종업종 협업 유행될까

지난해 유통업계에서는 이른바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온오프라인의 교차진출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오프라인업체가 온라인채널을 확충한다거나 온라인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옴니채널(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소비자 집객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올해는 이같은 업태가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 업종을 넘은 이종업종간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조류독감(AI)으로 매출 우려가 큰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bbq 올리버스 구단 공식 후원 체결식’을 진행했다. 외식 브랜드의 e스포츠 산업 후원은 비비큐가 최초다.

비비큐는 외식산업과 e스포츠 산업을 종합문화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이번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후원 체결을 통해 ‘치킨을 먹으며 e스포츠를 관람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포석이다.

이랜드의 경우는 직접 게임을 출시했다.

이랜드의 한강 유람선 이랜드크루즈가 증강현실(AR) 낚시게임 ‘크루즈피싱’을 론칭한 것이다.

크루즈피싱은 이랜드크루즈가 현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만든 게임이다. 이랜드크루즈는 게임 출시를 기념해 도감에 등장하는 64가지 어종을 모두 모은 고객에게 켄싱턴호텔·리조트 숙박권을 선물로 제공한다.

미션이 부여된 물고기를 잡으면 디너크루즈, 유람선초대권, 피자시식권 등 다양한 선물을 증정하며 설 명절에는 식사권을 비롯한 각종 할인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게임을 통해 마케팅 강화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나선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같은 업계를 넘나드는 이종 업종과의 협업이 점점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소비자입맛 맞추기 바쁜 식음료…올해 스타제품은?

최근 몇 년간 식음료업계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허니버터칩 열풍이후로 너도나도 이색 스낵제품을 선보였던 제과업체들은 지난해 바나나·녹차제품 등을 선보이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문제는 소비자 입맛의 가변성이 워낙 커 매출 상승이 ‘반짝효과’에 그친다는 점이다.

실제 업체들은 바나나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6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이 상대적으로 주춤했고 ‘대타’로 나선 녹차제품들이 이를 겨우 뒷받침해줬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당장 큰 인기를 누린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과업체들은 신속히 새로운 ‘스타제품’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국내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이색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 시장 반응을 분석하고 또 다른 신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라면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최근 내놓는 신제품의 다양화부족으로 인해 짜장·짬뽕·부대찌개에 이은 스타제품의 가뭄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탄산수 시장 역시 탄산수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탄산수 시장 규모는 2013년 200억원에서 2014년 400억원으로 확대된 이후 지난해 800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했던 1천억원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성장폭이 기대와 달리 낮으면서 탄산수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원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에 다양한 상품군 확대로 전략수립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소비자물가 폭등…성난 민심 잠재울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맞닥뜨린 ‘장바구니’ 물가상승 체감지수는 훨씬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배추·무·당근 등의 가격은 평년 수준의 2배로 올랐으며 조류독감 사태로 계란가격은 30알 기준 최고 1만원대까지 수직상승했다. 더군다나 스낵을 포함해 라면, 주류제품, 식용유 최근에는 참치캔 등도 잇따라 가격이 뛰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오른 것은 소비자단체들의 논평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고통받는 현 상황에서 서민대표제품들의 잇따른 가격인상이 실제로 불가피했던 것인지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비선실세 농단 등 어수선한 정국과 연말연시에 원가부담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행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특히 좋은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일시적인 현상을 빌미로 수익을 조정하는 행위에 의구심이 든다며 규탄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원가부담에 있어 평소 원가절감 요인이 있을 때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원가인상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하는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소비자 소비 형태가 더욱 주춤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동시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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