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커졌지만 리베이트 등 고질병 여전

동아ST 연구원이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ST>
동아ST 연구원이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ST>

수출액 최고기록 경신…매출 1조 클럽 3곳 배출
한미약품 논란으로 시끌…연말에는 보톡스 분쟁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편집자 주] 올해 제약업계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출발했다. 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의 연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었다. 제약업계에서 세 개 업체의 연매출이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9월에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논란으로 기술 수출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영활동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또 연말에는 한국노바티스와 동아ST의 리베이트, 대웅제약-메디톡스의 보톡스 출처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한미약품 악재 정보 늦장공시 논란

한미약품이 늦장공시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독일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천500억원 규모의 올무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하루 앞선 29일 오후 7시 6분 전달받은 내용이었다. 특히 한미약품은 호재인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을 수출 공시는 바로 그날 올리면서도 이 같은 악재는 하루 뒤 공개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개를 숙였으며 소액주주 200여명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당했다.

제약업계 ‘고질병’ 리베이트 여전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리베이트’가 또다시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 8월 한국노바티스가 의사들에게 25억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이 회사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노바티스는 학술행사를 구실로 의사들을 초청해 거마비로 30∼50만원씩 주거나 원고료를 100만원씩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월 초에는 동아제약이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법원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과 의사들의 수수 행위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엄연한 현행법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동제약 등 지주사 전환 재유행

한동안 뜸했던 제약회사의 지주사 전환이 올해 다시 재개됐다.

일동제약은 지난 8월 기업분할을 통해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로 새롭게 출범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휴온스가 회사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일동제약과 휴온스의 지주사 전환은 제약업계에서 각각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다.

제약업계에서는 2001년 녹십자를 시작으로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종근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체제 확립 외에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이양 등의 목적으로 이뤄졌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앞 차도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연합>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앞 차도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연합>

김영란법 대응에 분주…혼란도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제약업계에도 큰 변화를 줬다.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은 개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세미나 등을 열며 직원 단속에 나섰으며 제약협회는 각 회사의 담당자들을 모아 1박 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떠나기도 했다.

특히 대형병원 영업이 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란법이 국·공립 대학병원과 사립대학 병원 직원들을 공무원과 교직원에 준해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많은 수의 대학병원 의사들이 영업사원 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제약사 직원의 출입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리베이트 방지 3법 국회 통과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약사법·의료기기법·의료법 개정안이 지난달 1일부로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3법은 각각 리베이트를 받거나 제공한 의료인과 약사, 의료기기 공급자에 대한 처벌을 종전 징역 2년 이하에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약사를 긴급체포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법 위반일 경우 긴급체포를 허용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제약협회 등은 보건복지부가 이미 불법 리베이트를 확인·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고 처벌만으로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본회의 통과를 막지 못했다.

매출 1조 클럽 제약사 3곳 탄생

사상 처음으로 세곳의 제약사가 연매출 1조원을 넘겼다. 지난 2014년 유한양행이 제약업계에서 사상 첫 매출 1조원 시대를 연지 1년만이다.

한미약품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조3천17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4년에 비해 73%나 늘어난 수치다.

또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478억원을 기록했으며 유한양행은 1조1천287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이들 세 제약사는 올해도 매출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천643억원을 기록했으며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각각 8천769억원과 7천106억원이다.

삼성-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경쟁

올해 삼성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사업이 활기를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류머티즘 관절염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의 유럽 판매 허가를 받았다.

또 캐나다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도 국내외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미국에서 관절염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10월에는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판매를 시작했다. 트룩시마는 지난달 16일자로 국내 판매도 허가됐으며 지난 18일에는 유럽 허가도 사실상 따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메디톡스 미디어 설명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메디톡스 미디어 설명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코아팜바이오 특허 회피 新전략

코아팜바이오는 올해 특허 회피 전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코아팜바이오는 과민성방광치료제인 베시케어 물질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해 지난 9월 승소했다.

베시케어는 연매출 200억원으로 과민성방광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의약품이다.

이 심판이 주목받는 것은 코아팜바이오가 베시케어 물질특허의 특허기간 연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해 승소했다는 점이다. 오리지날 약의 특허를 회피·우회하던 기존 전략과 다른 접근이었다.

이 방법은 유행처럼 번져 현재 다수의 제약사들이 코아팜바이오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웅제약-메디톡스 보톡스 분쟁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의 염기서열 1만2천919개를 자사 균주와 일일이 대조한 결과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외에는 전세계 규제기관을 포함해 누구도 균주의 기원을 문제 삼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위해 외국계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 등을 내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처럼 국내사끼리 공방을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산 신약 해외 수출 성과

올해는 국산 신약과 신약 후보물질이 인정받은 한해였다.

한미약품은 경구용 표적항암제인 ‘HM95573’의 생산기술을 미국 제넨텍에 총 9억1천만달러(약 1조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는다고 지난 9월 공시했다.

비록 올무티닙 기술 수출 백지화로 성과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한미약품은 이 기술수출로 계약금만 880억원을 받았으며 임상과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각 단계 별로 기술료를 받게 됐다.

또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는 국산 신약 매출 신기록 달성이 유력하며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의 기술을 약 5펀억원에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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