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정옥자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초충도로 유명한 신사임당의 일생을 담은 ‘사임당전’이 출간됐다.

사임당은 5만 원권 지폐 인물로 선정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조선 시대 여성이지만 정작 그 삶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대체로 친정에서 편히 머무르며 율곡 이이와 같은 큰 인물을 키워 낸 현모양처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과연 사임당은 여유로운 안방마님으로서 7남매를 교육하고 귀족의 호사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저자는 사임당이 현모양처였느냐, 훌륭한 예술가였느냐 하는 이분법적 논의가 ‘사임당의 예술적 성취와 자아실현이 현모양처 역할에 누가 되었는가? 과연 모성과 여성 주체성은 상호 갈등 관계인가?’ 하는 명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임당의 예술은 결코 여유로운 귀족 취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사임당은 결혼 이후 모든 살림의 부담을 떠안고 고군분투하는 인생을 살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결혼 생활이 완전히 자기희생적이고 억압적인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사임당에게서 결혼 생활과 자아실현은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남편 이원수도, 훗날 사임당에게 ‘휼륭한 어머니상’을 덧씌웠다고 언급되는 송시열도 사임당의 예술적 재능을 부정하지 않았고 도리어 높이 칭송했다.

결론적으로 사임당은 결혼 생활의 성공과 자아실현을 함께 이룬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어려운 일을 전통 유교 사회에서 해낸 것이다.

어려서부터 갈고 닦은 학문적 토대 위에 타고난 소질과 탁월한 감수성으로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 낸 사임당은 조선 시대 최초의 시, 서, 화 삼절이자 여성 선비의 전범(典範)이라는 찬사를 들어 마땅하다.

이 책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사임당에게 덧씌워진 여러 이미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 두고 사임당의 실제 삶에 초점을 두어 살펴본다.

사임당이라는 인물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일생을 알아보고 사임당이 남긴 작품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고 규장각 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최초 여성’이었던 저자가 그려 내는 조선 시대 여성 선비의 전범(典範), 사임당의 진정한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나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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