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원' 드러나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지난해 9월 1일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1일 브리핑을 통해 '본격 수사 개시'를 알리면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의 삼성에 대한 제삼자 뇌물공여,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한 대가 및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 여부, 청와대 외압 여부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은 수사를 개시한 첫 날인 이날 오전 9시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확인 절차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공단과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에 특별수사관과 파견공무원을 파견해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한 뒤,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삼성의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사전 작업은 아니었는지, 청와대 측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당시 삼성은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국민연금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합병은 물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 지지 결론을 낼 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의결 절차가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같은 해 7월 홍완선 전 본부장이 주도하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는 무시됐다.

앞서 10월 25일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되기 직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이 부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서스틴베스트는 “작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 합병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며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6일 열린 국정조사에서 당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일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돼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다.

이 특검보는 앞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일부 삼성 관계자와 접촉한 것에 대해선 "이들의 신분에는 아직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외국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 최씨 딸 정유라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하는 등 정씨를 국내로 불러들여 조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소재지 파악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최순실’ 국정농단 핵심 인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수사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 계획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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