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올해 ‘병신년(丙申年)’도 지난해에 이어 다사다난한 해였다. 유통업계 특성상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았던 만큼 정당하지 못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특히 돋보였다. 소비자들과 이들을 공략하려는 기업, 또 이런 기업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상은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톱니바퀴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 됐다.

면세점 추가특허에 성공한 롯데,신세계,현대의 면세점 입지. <사진=각사 취합>
면세점 추가특허에 성공한 롯데,신세계,현대의 면세점 입지. <사진=각사 취합>

1.말 많던 면세점 추가특허 열풍…이제는 후폭풍 우려

지난 17일 롯데·신세계·현대가 면세점 추가특허 티켓을 거머쥐면서 지난해에 이은 면세점 열풍이 일단락됐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빼앗긴 잠실점의 특허를 되찾았으며 신세계는 최근 실시한 면세대전 2연승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또 면세업계에 최초로 발을 내딛게 된 현대측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경쟁자가 서울시내만 열 곳이 넘어가게 되면서 국내 출혈경쟁이 본격화됐다. 또 전국을 들썩이게 한 ‘비선실세’ 농단으로 면세업계에 불거진 잡음과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의혹 등이 내년부터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이면서 한동안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2. 가습기 살균제 파문

올해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둘러싼 기업과 소비자간 잡음이 계속 불거져지면서 업계의 신음이 깊어졌다. 옥시 등 제조업체부터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유통업체까지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면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실시됐다. 이어 치약에서도 같은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도 잇따르면서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자는 차원의 소비자집단소송제도 제정을 위해 토론회도 개최하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된 기업들은 문제가 된 제품 성분 공개 등 소비자 신뢰회복에 여념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냉담한 시선은 여전한 모양새다.

지난 5월 환경운동단체 관계자들이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환경운동단체 관계자들이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업계 몰아친 유통공룡 ‘덩치싸움’

올해는 유통공룡들의 덩치싸움이 뜨거웠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확장 및 증축으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특히 신세계는 강남점·면세점 오픈 등 올해 6대 프로젝트라는 미명아래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는데 이달 대구점 오픈까지 몸집을 크게 불렸다는 평가다. 롯데도 소공동 본점 확장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합쇼핑몰인 은평몰도 오픈하면서 복합쇼핑몰 서북부지역 시대를 열었다. 현대 또한 지난 3월 동대문에 도심형 아웃렛인 현대시티아웃렛 동대문점을 오픈하는 등 몸집불리기에 한몫 보탰다.

 4. 유통업계 판도 변화, 최저가싸움·옴니채널

온라인에서만 불거졌던 최저가싸움이 오프라인까지 옮겨 붙었다.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최저가를 표명하면서 ‘가격의 끝’ 프로모션을 이어나간 것이다. 이 때문에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덩달아 해당상품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맞대응으로 나오면서 이른바 최저가 전쟁이 이어졌다. 이마트는 물론 온라인 업체들도 해당제품의 실적이 동반 성장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는 분석과 함께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온라인 유통채널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일도 잦았다. 이중 위메프는 소셜커머스 최초로 현대시티아웃렛 동대문점에 오프라인 매장인 위메프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5. 식음료업계 몰아친 ‘바나나‧녹차’ ‘혼술·혼밥’ 열풍

식음료업계는 소비자 트렌드에 더욱 집중한 한 해였다. 소비자 입맛이 자주 바꼈고 기업들은 이에 발맞추고자 분주한 것이다. 실제 제과업계만 하더라도 지난 허니버터칩 열풍이후 ‘후속작’ 찾기에 여념이 없다가 바나나와 녹차 제품이 히트를 쳤다. 이들 제품은 이색제품이라는 이름아래 오리온의 초코파이 바나나만 하더라도 출시한달만에 누적판매량 1천400만개를 기록했다. 롯데제과도 녹차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갸또 그린티’(5월), ‘누드 녹차 빼빼로’(7월), ‘몽쉘 그린티라떼’(7월), ‘드림카카오 그린티’(9월)를 차례로 선보이며 애정을 과시했다.

혼자 밥먹고 혼자 술먹는다는 의미의 ‘혼밥·혼술’족들을 공략하고자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7.2%로 지난해 2010년과 비교해 3.3% 증가했다. 이에 기업들은 ‘혼밥세트’나 ‘혼술세트’등 이에 맞물린 행사들을 선보였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은둔 생활에 불과했던 혼자 놀기가 더 이상 폐쇄적인 현상이 아님을 직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들을 공략하기 위해 소량의 제품들을 출시한 것에서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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