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내외 이슈로 불안한 주가 등락 거듭
시장 활력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시행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편집자주] 국내 증권시장이 오는 29일 올해 거래를 마무리한다. 2016년은 증권업계에 있어 격변의 한 해였다. 최근 5년간 지속된 시장 침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금융당국의 다양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증시는 올해도 끝없이 쏟아지는 대내외 경제, 정치 이슈에 흔들리며 불안한 등락을 거듭했고 코스피(KOPI) 지수는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했다. 다사다난했던 증권업계의 지난 1년을 ‘10대 뉴스’로 정리해봤다.

ISA 출시…고객 유치 불꽃 전쟁

지난 3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위해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은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불리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 통합 관리하는 계좌로 상품 간 발생하한 손익을 통산 후 순익에 과세한다.

ISA 가입자를 확보하면 장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모든 금융회사들은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렸다. 증권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판매 창구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경품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증권사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혜택을 전면에 내걸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ISA는 도입 이래 240만 계좌가 개설되고 3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치됐다. 업권별 계좌수는 은행이 217만9천좌(90.7%)를 차지했으며 증권사가 22만4천좌(9.3%)를 개설했다.

공매도 공시제 도입, ‘유명무실’ 논란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대책으로 마련된 공매도 공시제가 지난 6울 시행됐다.

공매도 공시제에 따라 개인·법인투자자 또는 대리인을 대상으로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총수 대비 0.5% 이상인 경우 해당 정보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시장에 공시된다. 잔고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 대상이다.

그러나 공매도 공시제 시행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공매도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명무실’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고된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현재 공시 기준에 따르면 공매도를 주문한 헤지펀드 등의 기관투자자들은 중간거래자를 통해 손익만 정산받기 때문에 공시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공시제가 공매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며 투기성 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는 직접적인 시장 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한 불공정거래 감시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한 불공정거래 감시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시대 본격 도래

증권업계 내 인공지능(AI) 투자 자문·일임운용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고객의 정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에 활용해 개별 투자자에게 최적화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자산을 관리해 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증권가에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 부담이 적고 적은 자본금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연계돼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증권·파생상품시장 거래시간 연장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1일부터 중화권 주식시장과의 중첩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투자자의 투자편의를 높이기 위해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정규 매매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연장 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 추세로 뚜렷한 유동성 증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대내외 경제지표 및 상장기업의 펀더멘털 개선과 동반한 장기적 효과 기대되고 있다.

스타트업 위한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기업이 소액투자자로부터 사업자금을 손쉽게 조달하게 하는 채널로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100번째 기업이 나왔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생기업의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된 지 10개월 만에 총 100개 기업(105건)이 펀딩에 성공해 5천516명의 투자자로부터 163억원을 조달했다.

지금까지 성공률은 43%다. 펀딩 참가 기업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의 절반가량이 사업화로 이어졌다.

금융위는 크라우드펀딩 참여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재 펀딩을 진행 중인 기업이 39곳인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10여 건의 성공사례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선정

금융위는 올해 4월 중소기업 특화(이하 중기특화) 금융투자회사로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사를 선정했다.

중기특화 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기술력있는 기업을 선별해 성장단계별 맞춤형 IB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화된 중소형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정된 6개 증권사는 지정효력 기간인 2년 동안 정책금융기관, 한국성장금융, 한국증권금융 등의 기관으로부터 각종 금융지원을 받아 중소·벤처기업 투자은행(IB)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신한금융투자는 7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를 공식 출범시켰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본시장 진입을 기념해 거래소 개장 버튼을 누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왼쪽부터) 이명호 주인도네시아 총영사,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대표, 마데 윈디 위자야(Made Windi Wijaya)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장.<사진=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7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를 공식 출범시켰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본시장 진입을 기념해 거래소 개장 버튼을 누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왼쪽부터) 이명호 주인도네시아 총영사,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대표, 마데 윈디 위자야(Made Windi Wijaya)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장.<사진=신한금융투자>

수익성 한계 직면…해외사업 확대 러시

주요 증권사들이 침체된 국내시장을 넘어서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해외 시장에서 IB 사업부문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IB인 에버코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다양한 인수합병(M&A) 거래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독립형IB 리그테이블에서 1위를 기록한 에버코어는 1995년 설립된 이후 2조 달러 이상의 M&A 거래를 자문하는 등 자문업무와 관련해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NH투자증권은 에버코어와의 업무 제휴와 함께 홍콩과 인도네시아법인의 사업영역과 고객 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를 공식 출범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와 본사, IB와 판매채널, 금융투자와 은행 등 국내외를 망라한 그룹차원의 포괄적 시너지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 드래곤캐피탈그룹과 손을 잡았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에 이어 다섯번째 국가의 해외 금융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글로벌 주요 증권사와 사업 협력을 맺는 방식으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늑장공시·미공개정보이용 ‘한미약품 사태’

지난 7월 8조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계약 사실을 공시했던 한미약품이 이중 8천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다음날 장 개시 후 공시했다.

당시 기술수출 계약 관련한 자율공시의 경우는 사유발생일 다음날까지 가능한 점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지연공시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수사 결과 한미사이언스 일부 임직원 등 45명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약 3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돼 이중 4명을 구속기소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2015년 11월 83만원대에 이르렀으나 이번 사태로 30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합병’ 공룡 증권사 탄생, 지각변동 예고

올해 말 통합 미래에셋대우, 통합 KB증권 등 공룡 증권사 출범을 앞두고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조만간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9천억원으로 2위 NH투자증권(4조5천억원)을 크게 앞선다. 미래에셋대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을 설립해 자기자본을 8조원까지 늘려 정부가 설정한 초대형 IB로의 도약도 추진하고 있다.

통합 KB증권도 오는 30일 합병 등기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출범한다. 통합 KB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9천500억원으로 통합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3조4천500억원)을 제치고 업계3위로 도약한다. 통합 KB증권 역시 초대형 IB 요건에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키울 방침이다.

삼성증권이 11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빌딩에서 개최한 '선강퉁 투자 설명회'에 약 4백명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이 11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빌딩에서 개최한 '선강퉁 투자 설명회'에 약 4백명이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삼성증권>

새로운 투자처 ‘선강퉁’ 개막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의 교차매매가 허용되는 ‘선강퉁’이 이달 5일부터 시행됐다.

선강퉁을 통해 매매할 수 있는 선전 종목은 총 881개로 선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1%, 일평균 거래대금의 66%에 해당된다.

또 선강퉁은 IT, 전기전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어 앞서 시행된 후강퉁(상하이증시-홍콩증시 교차매매)보다 종목이 다양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선강퉁은 시행 2주일여가 지난 현재 후강퉁 때처럼 급격한 강세장의 출연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후강퉁에서의 학습 효과가 있는데다가 선전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빠르게 절하되는 위안화 환율이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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