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피해액 산정하라"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 직원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 직원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경유 가격 담합으로 고객 수백명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배상 규모는 재판에서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대법원 민사2부는 트럭운전기사 486명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S-Oil)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고 중 139명은 피고 회사들의 담합 기간에 경유를 구매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의 피해금액을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지난달 24일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또 또다른 트럭기사 452명이 이들 회사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 대해서도 “원고 122명의 손해금액을 산정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에쓰오일은 이후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나 배상 대상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로 한정했다.

앞선 지난 2007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4개 정유사가 2004년 4월부터 같은해 6월까지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4개사는 2004년 4월경 서로 연락해 가격결정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회사는 고시 공장도가격과 일일판매 기준가격으로 나눠지는 이원적 가격 결정구조를 이용해 SK에너지가 고시하는 휘발유·등유·경유의 공장도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한 금액을 각각 시장의 목표가격으로 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목표가격을 실질적인 시장가격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모임을 운영하고 가격정보를 교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합의를 이행하는지를 감시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담합기간 동안 원유가격은 약 20원 오르는 데 그쳤으나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는 약 40원, 등유는 약 70원, 경유는 약 60원 인상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금액은 2천400억원에 달했다.

이에 트럭기사 1천464명은 “담합으로 피해를 봤다”며 3차례에 나눠 손배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번에 파기환송된 두건의 소송은 2심까지 모두 원고패소판결이 나왔다.

트럭기사들이 담합기간동안 경유를 얼마나 구입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트럭기사들의 경유 구매를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에 파기환송한 두 소송의) 원고 261명이 화물트럭, 덤프트럭, 레미콘 등의 운행자라는 점에 비춰 보면 과세정보 자료에 나타난 경질유는 모두 경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담합기간 중 경유를 구매한 사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유사의 담합으로 인한 공급가격 인상은 소매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이들이 담합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이들의 경우에는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두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이 파기환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세 번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세 번째 소송은 트럭기사 526명이 낸 것으로 1심에서 원고일부승소판결이 난 뒤 현재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가 항소심을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원고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만큼 이 소송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363명의 손해금액이 나와 있는데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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