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랑/ 박종성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한국정치연구에서 ‘복종’의 문제는 주요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정치적 힘의 행사가 ‘상대적’임을 잘 알면서도 지배자와 권력 그 자체에 먼저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를 메우기 위한 작은 시도다. 특히 ‘아전’과 ‘내시’의 역사 · 정치적 행태 지탱에 주목한다.

일찍부터 ‘굽힘’에 눈 떴을 뿐 아니라 그들의 유난스런 ‘자발적 복종’은 왕조사회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드문 도구였던 까닭이다.

이 책은 곧 굽혀서 힘을 얻고 엎드리며 막강해진 자들의 ‘복종정치’를 파고든다. 조선의 정치적 ‘복종’은 형식과 내용에서 함께 ‘분화’한다.

지방행정권력이 아전들의 농락대상이었다면, 중앙정치권력 주변에는 내시들의 ‘보조권력’이 새로운 힘의 단위로 정착한다.

이들 모두 강자의 곁에 다가가 빌붙고 조아리며 복종과 굴신의 힘으로 막강해진 파생권력의 핵이다.

강한 자, 그리고 높은 자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궁리하고 끝까지 배신하지 않으리라 맹세를 연기하여 주종관계만 성공적으로 엮으면 복종은 일방적 밀착과 근접의 치열한 대가로 자리 잡는다.

애써 다다른 자신의 경지를 지키려면 언제 어디서든 따라야 한다. 목숨마저 걸어야 할 절박함이 제 온몸 감싸도 하는 수 없다. 싫증과 고단한 속내를 들키기라도 하면 죽음과 맞바꿀 기세로 엎드려야 한다.

그 순간, 위장된 충성은 이내 허무하니 주인을 무너뜨리거나 교묘한 균열의 기미만으로도 애써 이룬 팔로워십의 왕국일랑 밑동부터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빌붙음’과 ‘뒤따름’의 생화학적 합성. 그것은 조선조 권력 획득의 급진적 수단으로 책을 지탱한 동력이다.

가장 빨리, 가장 단순하게, 게다가 가장 분명히 힘을 얻는 가히 폭력적인방법으로 자발적 근접의 성공과 일상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종의 결합은 닫힌 세상 버티는 정치적 요령이었다.

 열린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굽힘’은 권력생성의 가장 빠른 ‘샛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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