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안·쟁점 복잡하고 기록 방대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을 상대로 한 시민단체가 낸 89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법원 민사2부는 경제개혁연대가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 전·현직 임직원 6명을 상대로 낸 89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 대해  “사안·쟁점이 복잡하고 기록 방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김 회장과 임원들이 지난 2005년 한화로 하여금 보유하고 있던 한화S&C 지분 전량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시세보다 낮게 매각하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 소송을 냈다.

당시 한화는 한화S&C 지분 66.7%(4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주당 5천100원씩 총 20억4천만원에 매각했다.

한화S&C는 시스템 관리(SM·System Management)와 시스템 통합(SI·System Integration) 등을 하는 회사로 김동관 실장과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들어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며 기업가치를 키우고 있어 향후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도 주당 22만9천903원 꼴인 한화S&C 주식을 저가 매도하도록 했다며 김 회장을 지난 2011년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했다. 다만 1~3심 법원은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에서 “한화S&C 주당 적정 매각가격은 12만2천736원에 달했는데 한화는 오로지 김 실장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주당 5천100원이라는 저가로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김 회장이 한화에 89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형사상)배임죄 성립요건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은 다르다”며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도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매매 당시 한화S&C 주식의 주당 적정가격은 2만7천517원”이라며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화S&C 주식을 김 실장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주식가치를 저가로 평가하도록 지시해 한화에 손해를 입혔다”고 결론내렸다.

또 “김 회장은 한화 이사로서 객관적인 정보를 이사회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그가 거래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경영기획실을 통해 이를 주도했고 김 실장은 매수 사실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당시 이사들이 모두 주식매매에 찬성했고 김승연 회장이 이사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거나 이사들을 기망해 이런 매각 결의를 한 게 아니다”라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주식매매를 장남이 모르고 있었기에 김 회장이 주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김동관 전무가 한화그룹 경영권을 승계시켜주는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김 회장 자신의 이익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주장하는 주식 적정가액은 모두 사후적 판단”이라며 “주식매매가 현저하게 저가로 이뤄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주당 적정매각가격은 16만488원”이라며 “이는 형사재판의 검찰 측 감정인이밝힌 의견과 1심 재판 감정인의 의견, 매매 당시 가치평가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의 계산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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