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청문회 줄소환에 사업추진 ‘휘청’

6일 청문회에 소환될 예정인 기업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GS그룹) 회장 (왼쪽부터).
6일 청문회에 소환될 예정인 기업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GS그룹) 회장 (왼쪽부터).

“청문회 준비부터…인사·사업계획 수립은 그 다음”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내달 6일로 예정된 국정조사에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됨에 따라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총수가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인 기업들이 청문회 준비에 전력을 쏟으면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 인사, 기업구조개편 등 주요 사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들 주요 사안에 대한 검토가 늦어지면서 내년 사업추진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명이다.

당초 대기업 총수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는 5일로 예정됐으나 하루 뒤인 6일로 미뤄졌다.

해당 기업의 관계자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총수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데 대해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6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업이 대가성 출연을 했는지 여부가 주된 내용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총수의 답변에 따라 그룹 이미지와 향후 사운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사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은 그룹의 핵심부서인 미래전략실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삼성은 잇따라 대규모 M&A(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계속된 고강도 검찰 수사로 인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이재용 부회장이 6일 국정조사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순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롯데그룹도 삼성만큼이나 청문회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면세점 추가특허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비켜가기 위해 대가성 출연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청문회에서 집중 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롯데는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롯데는 내년 초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등을 포함한 고강도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계속된 검찰 수사와 총수 증인 소환으로 기업 쇄신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별사면과 관련해 대가성 출연 의혹을 받고 있는 SK그룹, CJ그룹, 한화그룹도 청문회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기업구조개편 및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 결정권자인 총수가 청문회에 소환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오너가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원인사 발표는 예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이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면서 인사, 사업계획 수립, 기업재편 등 중요한 사업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총수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여타 그룹은 예년처럼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11월 말에 서둘러 발표하면서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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