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으로 자금 확보…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 내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등이 지난해 12월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발파버튼을 누르고 나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등이 지난해 12월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발파버튼을 누르고 나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삼성을 10년 동안 먹여 살릴 새 사업을 찾아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0년 3월 회사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말이다. 이후 삼성은 바쁘게 움직였다.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삼성은 그사이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메디슨을 인수했으며 바이오사업을 하는 삼성바이로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자·자동차 전장과 함께 바이오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유럽 시판 ‘성공적’

이런 각별한 애정 덕분인지 삼성은 바이오사업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1일 코스피에 입성했다.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의 3대 대어로 꼽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이날 공모가(13만6천원) 대비 5.88% 오른 14만4천원에 마감됐다. 삼성은 이 상장으로 약 3조원을 확보했다.

시가총액은 9조5천608억원으로 한미사이언스(5조713억원), 한미약품(4조1천897억원) 등 기존 제약주들을 제치고 시총 순위 30위에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3천66억원 상당의 대형 공급계약도 따냈다. 지난해 매출액(912억원) 대비 335.94%나 되는 계약금액이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선진 시장인 유럽에 두 개의 제품을 출시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와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락사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월과 5월 각각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이중 베네팔리는 3분기까지 5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지난 7월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에 대한 판매허가도 신청한 상황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당시 “베네팔리와 플릭사비에 이어 이번에 신청한 SB5까지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는다면,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종의 항종양괴사인자(anti-TNFα)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유럽 허가를 받게 되는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속된 적자…경쟁사에 뒤쳐진 개발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실적이 좋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2013년, 2014년 각각 영업손실 122억원, 397억원, 391억원, 8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2천36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68억원의 적자를 봤다.

총 손실 금액이 3천94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사정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메디슨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2월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매출 없이 4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823억원과 2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손실은 1천611억원이다.

또 삼성메디슨은 7분기 연속 적자다. 누적 적자는 585억원이다.

그 사이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이후 공장 설립에만 3조2천억원을 투입했다. 또 메디슨과 레이, 넥서스, 뉴로로지카 등을 인수하며 수천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바이오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경쟁사에 뒤쳐진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조만간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트룩시마는 혈액암과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항암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은 지난해 매출 73억달러(약 8조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반면 삼성은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힘을 합쳐 지난 6월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프로젝트명 ‘SAIT101’과 리툭산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1상 승인을 신청했다.

지난 2012년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포기한지 4년만이다.

삼성은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미국 출시도 경쟁사에 비해 늦은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8월 미국 FDA에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인 ‘SB9’의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릴리가 이미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품목이다.

삼성은 또 셀트리온이 2013년부터 유럽 30여개국에서 판매 중인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지난 9월에 영국에 출시했으며 미국에서는 아직 허가 신청 단계에 머물러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법적분쟁을 해결하고 이달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창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경쟁사 대비 시장 진입은 한발 늦었지만 풍부한 자금과 빠른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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