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원칙과 신뢰는 박근혜정부의 국가경영철학의 근간이었다. 그럴듯했다. 이전의 정권에서도 비슷한 구호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통 민주화라는 상징에 도취되어 국민의 귀에는 다른 구호가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집권과 함께 소위 곁가지들이 일으키는 권력형 잡음이 일면서 민주화라는 기둥도 썩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박근혜의 원칙과 소신이라는 기치는 산뜻하고 그래서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그에게는 소위 떨거지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집권자가 되기까지 신세진 일당이나 일파가 적어보였던 것이다. 

집권초기만 해도 피붙이들의 청와대출입을 불허했다는 저간의 소문이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구중궁궐, 그 넓은 관저에서 여자혼자 지내기가 얼마나 쓸쓸할까싶어, 눈시울을 붉히던 노파들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느닷없이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첫 번째 현역대통령이 될 처지에 있다. 

대통령이라도 범법을 저질렀다면 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어야 한다.법치주의국가의 원칙이다. 현역대통령이기에 의법조처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해석은 매우 전근대적인 접근이다. 국민의 소리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당장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떠나라는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의 소리가 그것이다. 

그런 차원에서인지는 미루어 짐작할 사안이긴해도, 박대통령은 수 일 내에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서 사법당국으로부터 참고인자격으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의 정치적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런 정국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그 변화무쌍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자는 것인가?’를 국민은 위정자들을 향해 묻는다. 그러나 누구하나 책임 있다는 자들의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겨우 입을 연다고 해도, 속 시원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오히려 꼬인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들 방안만 늘어놓다가 마는 꼴이다. 그들은 그 속셈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국민만 모르는 줄 안다. 이른바 차기대권을 제 손아귀에 넣고 싶어 온갖 궁리를 하고 있으니, 당장 난국타개에 묘수가 보일 리도 없을게다.

그들이 정녕 차기대권에 눈독을 들이고, 야망을 꿈꾼다면 얽히고설킨 현 정국을 솜씨 있게 풀어내야 한다. 그런 장면이라도 연기해야한다는 말 이다. 헛배만 불리고 엎드려있어서는 안 된다. 묘수도 있다.

민생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고민을 함께 아파하는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면 된다. 그런 지도자들의 실례는 그들의 눈으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위기는 결국 경제문제의 누적이 빚은 불행이라는 지적에 국민은 동감한다. 해묵은 경제문제에 단 한차례의 해답도 내놓지 못했다. 이웃 일본의 장기침체를 눈여겨보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고스란히 그들의 전철을 답습하는 정부를 국민은 어찌 지지하겠는가.

민생문제에 대한 시원한 답이 꼬인 국정을 풀어낼 해답이다. 하야나 탄핵을 뛰어넘어 민생안정을 이끌어 내는 그 누군가가 차기정권의 대표 주자가 된다는 말이다. 현 집권자는 그 길을 터주는 일만 마무리하면 된다. 

무너진 원칙과 떨어진 신뢰는 그냥 꿈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국민은 그 꿈이 미구에 반드시 떠받드는 상징이 아닌 실체로 안착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이게 무슨 나라냐!!’고 탓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원칙과 신뢰가 지상미덕이 되는 나라에서, 민생고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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