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오리무중, 좌고우면, 좌충우돌, 천방지축, 연목구어…등등, 작금의 우리나라 실정을 빗댄 사자성어들이다. 그렇다고 정치현실을 두고 한 단어가 아니다. 경제사정을 두고 일컬은 말이다.

늘어놓고 보니, 정치를 빗댄 단어가 아니면서도 어쩌면 고스란히 경제현실과 부합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로부터 정치와 경제는 손바닥과 손등처럼 따로 떼놓고 따질 일이 아니라고 했는지 모른다.

워낙 정치상황이 위중한 터라 경제형편이 이렇다 저렇다 입에 올리기조차 면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어려운 터에 나라꼴이 엉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미 버릇으로 굳어졌으니까.

심각의 도를 지나 위중하다. 이미 상태가 위급하다. 지난 주말 광화문 그리고 전국 지방도시에서 전개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나라의 정체성과 주인의식의 현주소가 무엇이며, 어디인지가 모호해진다.

이 사태를 두고 국민은 집권위정자들이 ‘서로 눈감고, 끼리끼리, 놀아난 굿판’이라고 단정한다. 소위 권력가진 자들 모두가 끼리끼리 소통하면서 해먹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소통할 이유가 없었다는 퇴박이다.

그들의 심중에는 민생이 어떤 기로에 서있는지 알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라경제가 어느 지점에 닿았으며 그 고비를 거처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등등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에 골몰하는 이들을 고깝게 여겼음이 이즈음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은 알았다. 그래서 분노하는 것이다. 대놓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뿐이기에….

우리경제에 미래가 없어 보인다.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새 공화국 때마다 선전을 해댔다. 사회간접자본시설도 확충하고, 온갖 규제도 완화해서 투자활성화 하겠다는 정부광고를 해댔던 것이다.

그리고는 뭔 요상한 문구로 나열된 국책사업(?)을 하겠다면서 좌고우면하는 재벌들을 모아놓고 돈을 뜯었다.

어린애 팔 비틀기, 우는 애 입 틀어막기나 다름없는 아니, 강탈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 권력 있다는 심충부에서 이러했으니, 아랫것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30대기업의 내년도 투자계획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일단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이 딱 1개회사라는 것이다. 새해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말이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검토 내지 관망 혹은 전년수준 동결, 현상유지가 신년도 사업전략인 셈이다.

채용계획을 세운 기업도 5개회사에 불과하다. 또 그들 회사들이 전망하기를 내년도에는 경제성장률이 2.5%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들은 정치적 리더십과 미진한 규제개혁에 대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수탈에만 골몰할 뿐, 정작 기업이,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하긴 집권자 취향이 어떤지를 먼저 알아야 기업의 생사가 판가름 나는 나라에서 무슨 투자를 도모하겠는가. 위정자들은 기업가정신 보다는 기업가의 눈치를 요구한 꼴이다. 

정치와 경제가 사이좋게 아귀가 맞아 돌아가도 어려운 시절이 요즈음이다. 우리경제는 이미 불황의 그늘에 휩싸인 지 오래되었다. 그동안 당국은 소리만 요란했다. 타개책이라고 내놓았지만 별무효과였다, 그러던 참에 창조경제라면서 해 놓았다는 것이 정작 재벌 주머니 털기였다. 

털린 재벌도 할 말이 마땅찮을 것이다. 그들도 나랏돈(세금)먹은 게 한두 푼이 아닐 터니까. 그러니 투자할 맘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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