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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팍팍해진 보험영업환경, 설 곳 잃는 ‘전속설계사’설계사 감소·리쿠르팅 난항…GA 성장 영향도
보험료 인상 가속화…“팔만한 상품이 없다”
박영준 기자  |  ainjun@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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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6  0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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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편집자주]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잦은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의 이탈에 젊은 설계사수급의 어려움까지 겹치며 ‘보험 팔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료가 자주 인상되는 것도 보험사 설계사들에겐 장기적으로 악재다. 잦은 보험료 인상 이슈로 더 이상 보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시점까지 다가오면 전속설계사 채널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팽배해진 상황이다.

   
▲ 보험사에서 설계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19만8천명으로 3년전인 2012년 말보다 4만2천명(17.6%) 가량 감소했다.

이탈 가속화…전속설계사 영향력 감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19만8천명으로 3년전인 2012년 말보다 4만2천명(17.6%) 가량 감소했다. 이 중 생명보험사의 경우 같은 기간 14만6천명에서 11만7천명으로 2만9천명(19.6%)이나 줄었다.

보험판매비중도 지난 2001년 60.3%에서 2008년 39.7%로 반토막나더니 지난해에는 19.5%까지 축소됐다. 전속설계사의 영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GA 성장에 따른 이탈이 가장 컸다. GA의 설계사수는 2010년 3월 말 기준 12만1천명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9만2천명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GA는 일종의 보험 백화점이다. 소속된 보험사의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닌 생명보험, 손해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 

GA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문제 삼은 임차비 지원이다.

대형 GA 업무에 관한 보험감독규정을 개정했는데 오는 2019년 4월 1일부터 보험사 모집에 관해 대리점계약서에서 정한 수수료나 수당 외에 추가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전까지 생보사들은 GA에 일정수준의 보험계약 모집을 조건으로 사무실 등의 임차료, 대여금 등을 지원해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생보사 입장에서는 실컷 키워놓은 설계사가 GA로 자꾸 이탈하다보니 GA를 전속설계사와 마찬가지로 종속시킬 필요가 있었고 GA도 임차비 지원을 통해 성장한 측면이 있다”며 “임차비 지원 금지는 보험사에게서 완전히 독립된 GA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생보사 입장에서는 전속설계사가 GA로 이동하면서 GA를 일종의 전속대리점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만큼 GA의 영향력이 생보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와 GA간 설계사 수당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7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전속설계사에 대한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는데 소속 전속설계사에 대해 상품 판매 건당 수수료를 기존 800% 베이스에서 1000%까지 늘려서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GA측에서는 고능률설계사를 빼가기 위한 조치라며 메리츠화재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시 GA 의존도가 높은 메리츠화재는 급히 GA업계와 만나 갈등 봉합에 나서기도 했다.

   
▲ <자료=보험연구원>

늙어가는 조직, ‘리쿠르팅 어렵네’

젊은 설계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의 고민이다.
 
생명보험 설계사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2007년 8.7%, 38.5%에서 지난해 5.6%, 20.3%로 크게 줄었다. 반대로 50대 설계사 비중은 같은 기간 12.0%에서 29.0%로 증가했다.

미국, 일본 등 이미 인구고령화가 진행된 외국의 경우 이미 젊은 연령층의 설계사 기피 현상으로 설계사 조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 층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될수록 설계사보다 나은 직업으로의 취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설계사들의 평균연령이 50세를 넘어섰다.

젊은 설계사들의 이탈은 다양한 이유로 분석되는데 역시 GA로의 이탈이 가장 크다. 젊은 설계사들이 전속설계사로 활동하며 교육을 받다가 고수수료를 주는 GA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에 따른 보험사의 영업환경 악화도 한몫했다. 보험사마다 비용절감을 위해 전속설계사 감축 노력이 지속되고 본사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잇따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한 회사에 대한 충성심 높은 설계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보험사 영업환경의 근본인 ‘상명하복’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젊은 설계사를 수급하기 위해 이전보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혼, 출산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조직 적응력이나 커리어에 대한 의지가 높다는 이유다.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여성 세일즈매니저 특별채용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지원 조건은 2년 이상의 직장경력과 학사 학위 취득자, 보험영업이력이 없는 여성 등이다.

삼성생명의 ‘리젤’, 교보생명 ‘퀸’ 등도 전속설계사 채널 내 경단녀 조직에 속한다. 

이처럼 일터로 돌아오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단녀는 그간 전속설계사 채널에서 주요 리쿠르팅 자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설계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단녀 뽑기에도 어려움이 커졌다고 업계는 말한다. 이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기본 수수료 개념으로 연 1천80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단녀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경단녀들이 설계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라며 “전체적인 설계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젊은 설계사를 끌어와야 하는 환경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계사채널이 고령화되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 저하다. 아무래도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만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나이가 든 만큼 30~40대 설계사처럼 아이의 교육 등에 투자할 이유도, 재산마련 욕구도 없다는 점에서다.

   
▲ 생명보험사들이 설계사 고령화를 대비하고자 경력단절녀 수급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푸르덴셜생명이 오는 12월 12일까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실시하는 ‘여성 세일즈 매니저 특별 채용 프로그램’.

비싸지는 보험료…뭘 팔아야 하나

올 한해 이례적으로 보험료가 두 번 인상되면서 생긴 설계사들의 호재는 두 번의 절판마케팅 기회였다.

생보사들은 지난 4월 보장성보험에 적용되는 예정이율을 평균 0.25%포인트 내린 이후 10월에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예정이율이 0.5%포인트 내려가면 종신보험의 보험료는 20% 이상 오를 수 있다. 저금리 기조에는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수익률도 함께 떨어진다. 

거둔 보험료를 굴려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보험금을 내주려면 고객에게 보험료를 올려 받는 수밖에 없는데 1년에 두 번씩 보험료가 인상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비싸진 보험 상품을 소비자에게 권유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업계는 사망보장을 담보하는 보험료가 오를수록 설계사들의 대표적인 영업방식인 ‘보험증권 분석’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증권 분석은 보험가입자들의 현금흐름, 보유자산 등을 토대로 가입한 보험들의 보험증권을 살펴본 뒤 필요한 보장을 채우거나 불필요한 보장을 빼는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종신보험을 더 싸게 가입해주겠다며 자기계약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고액계약을 유도해왔는데 보장성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더 이상 종신보험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증권분석도 부족한 건강보장의 가입금액을 더 높이거나 보장기간을 늘리는 등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을 들여 판매할 때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 판매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뤄진 보험자율화 정책에 따라 보험료가 한해에 두 번씩 오르면서 일반적인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판매는 앞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한방보험 등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지만 설계사들이 주력으로 판매할 만한 ‘킬러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설계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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