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근자에는 그런 공약(?)에 속아 넘어가는 유권자는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상이 투명해지고 영리해진 때문이다. 협잡이 통하지 않고 억지논리에 속아 넘어가는 시대가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고 부정과 부패가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 점에서는 아직 요원하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세상이 예전과 달리 투명해지고 나름 사리를 따지고 영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네 삶의 균형은 날이 갈수록 기울어지고 굴곡이 심화되어가고 있다. 소득격차, 정치적 편향성 나아가 이념갈등 등등, 이 시대가 겪고 있는 고민의 명암이 짙어가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시각차가 뚜렷할수록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는 예도 많다. 학문이나 예술분야의 시각차는 발전을 위한 시도가 된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사안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라와 처한 환경이 절대적 이유가 되어 주요사안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예도 많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반공은 제1의 국시로 여겨왔다. 반공의 반대 친공(親共)은 곧장 빨갱이에서 더 나아가 간첩과 동의어로 여겼다.

이는 안보논리의 맥락으로 굳어졌다. 그렇게 수십 년을 믿으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된 까닭을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국민이라면 모를 턱이 없다. 그러던 나라의 이념적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우려한지도 오래다. 당장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들러싼 찬반여론에서도 생각의 차이 나아가 이념갈등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을 제어하기위해 사드배치를 해야 한다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사드배치에 따른 국익손해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 등 우리나라와 교역하는 나라들이 경제적인 불이익을 도모할 것이라는 논지다. 나아가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의 힘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까지 한다.

과거라면 이런 반대, 안보문제의 반대는 상상조차 못한 것들이다. 공산당 막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이 있을 수 없었다. 당장 간첩으로 몰려 감방살이를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최근 북한은 5차 핵실험과 수차에 걸친 미사일시험발사 그리고 미국을 향한 핵공격위협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공략을 억제하기위한 무력시위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양국은 이 기회에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는 계기가 되도록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더 이상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이 저토록 적화통일이라는 야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심의 온도차 또한 크다. 정치적 이해를 두고 여와 야는 이미 골이 생긴 지 오래다. 국민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생각이 다르다. 달라도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버지 벌되는 어른과 젊은이 두 사람이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시국관련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시국이 불안해…, 자네들은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미양국의 움직임을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러나 두 젊은이 중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다. 멀뚱멀뚱 눈알만 굴렸다. 잠시 그들의 틈을 두고 다시 물었다. 

“그럼 사드배치에 대한 회사 내 분위기는…?”
“……”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그들은 그런 문제에 거의 백지상태였다. 관심사항이 아닌 것이다. 두 젊은이는 국내 최고 전자회사의 중견간부급 엘리트이다. 억대의 연봉과 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질문을 한 사람은 이내 말문을 닫고 그들을 외면했다. 

이 또한 안보문제를 두고 세대 간 온도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발 더 나아가면 전쟁의 참화를 겪어본 세대와 아닌 세대의 시국관이기도 하다. 민생은 얽힌 난마 속에 놓여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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