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 이어 CJ 적발...한화·한진·하이트 등 조사 중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나면서 대기업들의 오너 일가 부당 지원 실태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위반의 첫 사례로 현대그룹을 적발한데 이어 CJ그룹의 오너 일가 부당 지원에도 철퇴를 가했다.

공정위는 현재 한화와 한진, 하이트, 태광의 부당 지원도 조사하고 있어 적발되는 기업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위는 CJ CGV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씨가 소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스크린 광고영업을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29일 밝혔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2005년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도 끊고 스크린 광고사업을 전속 위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스크린광고 영업 대행 업무 전량을 위탁받으면서도 기존 거래처보다 25% 더 높은 수수료를 CJ CGV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CJ CGV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부당하게 지원한 금액은 7년여간 102억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CJ CGV를 적발한데 적용한 법률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이다.

이 법은 대기업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게 다른 계열사가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규제가 시작된 이후 공정위에 처음 적발된 곳은 현대그룹이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그룹 계열사 시절 현정은 회장의 여동생 가족이 보유한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고 지난 5월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증권은 지난 2012년 지점에서 쓰는 복합기를 임차할 때 현 회장의 여동생인 현지선씨와 현씨의 남편이 지분 90%를 보유한 HST라는 회사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줬다.

또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씨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택배운송장납품업체 쓰리비에 일감을 밀어줘 운송장을 최고 45% 비싸게 사들이다가 공정위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와 부당 지원 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현재 한진그룹과 한화그룹, 하이트진로그룹,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기내 잡지·면세품 판매업체인 싸이버스카이가 조사 대상이다.

싸이버스카이는 과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분 100%를 갖고 있었으며 지난 2013년 매출의 83.7%인 35억9천만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이에 공정위는 이 같은 거래로 조 회장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전산시스템통합업체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3천987억원)의 54.12%인 2천158억원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올렸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라는 회사로 인해 조사를 받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냉각기 제조업체로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차남인 박재홍씨가 지분 99.9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59억원 중 33.2%인 252억원을 계열사 간 거래로 올렸다.

최근에는 태광그룹이 공정위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앞서 시민단체인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는 태광그룹이 티시스·메르뱅 등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소유한 회사의 김치·커피·와인 등을 사들이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며 공정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이 지분 51%를 보유한 회사며 메르뱅은 이 전 회장의 부인 신유나 씨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에도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잠식하고 대기업집단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집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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