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나라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요란하다. 20대 국회가 개원이 되자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국민에게 다짐을 했다. 여야가 앞으로는 협치(協治)로 국정을 풀어나가겠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그랬던 그들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는 이른바 극한대치로 맞서고 있다. 국정감사에 신년도예산편성 등등 산적한 연말일정을 앞두고 늘 그랬듯이 국회는 ‘무노동 유임금’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말이 치밀어 오른다는 감정서린 국민들의 소리가 크다.

와중에 대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금융기관 등등이 파업에 들어갔거나 예고하고 있다. 이미 조선회사와 해운회사 등등이 조업중단에 들어갔거나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 여러 날이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집권말기 현상이 예전 정권보다 일찍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임기는 아직도 1년 이상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힘이 갑자기 빠지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렇다.

여소야대정국이니 소위 레임덕현상이 조기에 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내년 초쯤으로 짐작한 그 시기가 국회개원도 되기 전부터 각종 부정부패사건이 표면화되면서 섶에 불붙듯 겉잡기 어려울 지경으로 번지고 있는 즈음이다.

민생을 걱정하던 정부도, 걱정하는 정부를 무능하다고 몰아붙이던 선량들도 이제는 보기조차 어렵다. 사실 그들을 다시 보기도 싫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그들의 작태가 더 보기 싫다는 말이다.

사드배치를 두고 심각한 국가안보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듯이, 우리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 걱정이라는 뜻있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단과 처방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도 오래건만 정부 어느 곳에서도, 여의도 어디서도 반응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성장이 멈춘 경제는 이미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가계부채는 서민의 허리가 지탱할 수준을 넘은지 오래되었다. 국채도 기하급수로 불어나고 있다. 10년째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어린 국민의 소리를 듣는 위정자들도 없는성싶다. 국민은 권력과 권한의 지경도 모르는 위정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나라는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사드배치만 해도 그렇다. 그것이 어디에 배치되든 무엇이 문제인가. 사전에 까발려야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미리 알렸다면 뒷  감당을 준비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는 전혀 사전준비도 없이 덜컥 발표랍시고 해놓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정부가 불쌍하기만 하다. 다름 아닌 조롱이다.

서민은 민생대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어디다대고 할 바를 모른다. 정부도 보이지 않고 국민의 대표라는 선량들에게도 이 절박한 질문은 들릴 리가 없다.

이미 정국은 차기정권쟁탈전에 쏠리고 있는 게 확실하다. 모든 국민적 아우성이 차기대권을 누가 먹느냐에 가로 막혀있다. 먹성이 엄청난 포식자가 나타나 차기에는 어느 누구도 객소리나 찍소리 못하게 정권을 좌지우지하기를 바라는 구시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라가 잘되고 민생이 안정되려면 그런 포식자가 나와도 괜찮다는 지극히 비현대적인 생각 말이다.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대명천지에 다시 고개를 든 까닭이 어디에서 연유된 지는 생각해보면 쉽게 밝혀질 일이다. 너무나 긴박한 시국에 국민은 엉뚱한 생각을 머금기도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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