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등쌀에 손해보험사들이 대리운전보험의 인수기준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사고 때문에 가입이 거절됐던 대리운전기사들을 더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인수기준이 완화되면 그간 가입을 받아주지 않아 공동인수로 내몰렸던 대리운전기사들의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8만4천여명의 대리운전기사들이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더 많은 대리운전기사를 가입시켜준다 해서 대리운전보험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어디에도 없다.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되려면 해당 업체가 가입한 단체보험에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콜을 받기 위해 여러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된 대리운전기사들은 중복으로 보험료를 내야했다. 

게다가 대리운전기사들은 자신이 내는 보험료임에도 보험료 영수증도 받아보지 못했다. 정확히 얼마의 보험료가 나가는지 알 수 없다보니 대리운전업체가 자의적으로 보험료를 부풀리는 등의 행위도 빈발했다.

여기에는 보험사의 잘못도 크다. 대리운전기사의 중복계약을 철저히 조사하고 대리운전보험을 취급하는 대리점과 대리운전업체 사이에서 이뤄지는 짬짜미를 근절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두드려 맞은 ‘보험료 폭탄’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결국 국토교통위의 해결책은 보험사가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보험료를 덜 거두면 되는 것으로 본 모양이다.

국토위가 삼성·현대·동부·KB 등 대형 손보사 사장들을 국감장에 앉히려 했던 것도 손보사들이 백기를 든 이번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손보사들은 대리운전보험을 운영하며 거둔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리운전보험의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은 105~110%를 수준으로 알려졌다. 100원을 거둬 105원에서 110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으로 8만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아무런 할증 없이 유입되면 손해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적자가 지속되면 전체 대리운전기사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진짜 대리운전기사들의 보험료 문제가 걱정됐다면 대리운전업체나 보험대리점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단순히 대리운전기사의 개인보험 가입이 쉬워졌다고 지금까지 이어지던 단체보험 중복가입 관행이 사라질리 만무하다.

국회의 반쪽짜리 문제의식, 어이없는 해결책이 매년 국감시즌마다 벌어지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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