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우리민족에게 있어 추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활동하기에 가장편한 계절이라는 환경에서 명절을 즐길 수 있다는 첫 번째 요인이 꼽힌다. 물론 오곡백과가 풍족한 계절과 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환경적 요인과 섭생조건이 갖추어지면 우선 충족감에 젖기 마련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갖추어질 때 사람은 소위 행복을 느끼게 된다. 추석은 그런 점에서 우리민족에게 설과 함께 명절로 전래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추석이라는 한민족 고유의 명절이 어떤 상황적 환경인가를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대한민국은 5000천 만명이라는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인구를 갖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게다가 경제규모면에서도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이다.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을 일컬어 약동하는 나라, 부지런한 국민, 비약적 발전능력을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반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 대체적으로 세계는 우리나라를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스스로의 진단은 어떠한가. 적지 않은 인구를 포용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가를 생각해 보자. 오천만 명의 인구의 상당부분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들고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분위기가 점차 침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1백만 명의 유소년 인구가 줄어들고, 대신 1백만 명이상의 고령인구가 늘어났다. 벌써 2, 30여 년 전부터 걱정하던 저 출산문제가 이제는 문제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심각한 현실적인 국가적 고질병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금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유소년이구 100명당 고령인구수를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를 보면 지난 2010년 68.0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95.1이 되었다. 불과 5년 동안 무려 27.1포인트나 상승했다. 급속한 노령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의 조사에서 노령화 지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이즈음 같은 상승추세는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 당국의 해석이다. 지수대로라면 고령화지수 100은 유소년인구와 고령인구가 1대1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지난 1985년만 해도 유소년인구수는 1209만 명이었다. 반면 고령인구수 175만 명보다 1034명이 많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 5년마다 100만 명 가까이 줄어들더니 결국 작년에는 691만 명까지 감소되었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는 100만 명씩 늘어 유소년인구와의 차이가 34만 명까지 좁혀졌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도 유소년인구는 지난 1985년 29.9%로 인구의 주축을 이뤘지만 작년에는 13.9%로 줄어들었다.

고령인구는 동일기간에 4.3%에서 13.2%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1년 후에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는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28만 명이 더 많은, 말 그대로 고령국가 반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니 이미 대한민국은 고령국가에 접어들었다.

아이가 울지 않는 사회는 경제도 활력을 잃어간다. 대한민국은 이미 그런 와중에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지 오래되었다. 한국의 당면과제는 집집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차기대권을 차지하기위한 레이스에 들어갔다. 이런 것을 두고 일본의 저명한 정치평론가는 ‘정말 역동적인 남한(그는 한국을 그렇게 표현했다)’이라면서 흥미롭다고 했다. 비웃음을 그는 그렇게 에둘러 말했다.

추석날 정성껏 차린 다과상 앞에 머리허연 어른들과 옹기종기 도열한 손자손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게 되었다. 한민족의 소박한 행복이 이 한 장면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대권을 도모하고자 하는 위정자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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