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기 산업부 기자.
최홍기 산업부 기자.

“국내 호텔업계 1위는 어딜까?”

올 여름 지인의 휴가계획을 듣던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선호하는 기업이름과 함께 고객만족도 1위라는 말에 숙박장소로 한 유명 호텔을 잡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호텔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1위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들었다.

통상 산업군에서 ‘업계 1위’라는 단어만큼 매력적인 수식어는 찾기 드물다. 변수는 많지만 매출과 함께 특정 상품에 대한 인지도,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말과도 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만 하더라도 라면은 이곳, 맥주는 저곳이라며 공개적이지 않더라도 업계 1위라는 것에 암묵적인 동의가 공연히 이뤄지고는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국내 호텔업계 1위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업체는 쉽게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공룡이라 불리는 업체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1위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다른 업계와 달리 이렇다 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업계처럼 순수한 매출만 가지고 1위를 따지기도 애매하다. 서비스차원에서의 기준도 제각각인데다 호텔이라는 특성상 인적자원의 비중이 큰 특성 탓이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은 판매 수량으로 비교하면 되지만 호텔업은 서비스업종이다보니 쉽게 생각하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별이 많다고 그 호텔을 1위로 부를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요 호텔업체들의 입장도 엇비슷하다.

‘매출액’, ‘객실 수’, ‘예약현황’등 가시적인 단면도 단면이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사실 이들 말대로 호텔업에서 공신력있는 기준 상으로 1위를 뽑기는 어렵긴 하다. 변수가 많은데다 서비스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위업체라는 단어에 대해 “어차피 우리가 1위니까 1위라고 주장하는 업체들 말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트립어드바이저나 호텔스 닷컴 등 고객리뷰를 근거로 호텔 평점 및 순위를 측정하는 온라인 사이트들도 있지만 이마저도 공신력부문에서는 취약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어찌보면 1위라는 ‘존재’가 없는 게 호텔업체들 입장으로서는 결과론적으로 좋게 해석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1위를 바로 선정할 수 없는 특성도 한몫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분명히 유념해야할 점이다. 현재 소비자들이 호텔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생각해야한다.

1위를 정하게 되면 업체들의 건전한 경쟁도 유도될 수 있다. 업체별 서로 1위라는 홍보만 하다가는 소비자 신뢰도마저 하락할 게 뻔하다.

호텔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 이름과 ‘별이 몇개다’라는 단어로만 호텔을 선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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