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소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들린다. 근자에 들어서는 그 소리가 지금까지 귀에 익게 된 연유와 함께 아직도 ‘우리를 슬프게 할 만큼’ 우리네 경제형편이 크게 나아진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아연 숙연해진다.

‘임금체불’이라는 말이 바로 그 소리의 주인공이다. 말 그대로 사용자가 피사용자에게 제때에 지불해야할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일컫는다. 대개 소수의 중소업체나 영세업소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가 심각할 정도로 임금체불에 대해 사용자들이 그리 크게 여기지 않는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의식이 연유가 되어 OECD회원국 가운데 체불임금이 가장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와 함께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속살을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여론이다. 수치상으로는 일본에 비해 체불임금이 10배쯤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30여배 이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일본의 1/3정도이기 때문에 그렇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9만2천558명이고, 체불임금은 1조3천195원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3만9천233명에 131억 엔의 체불액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이 일본보다 큰 것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고용시장이 일본이 우리보다 좋았다는 의미가 먼저 꼽힌다. 일본이 20여년에 걸친 불황을 겪었지만 우리나라보다 고용시장 형편은 괜찮았다는 의미이다.

인구구성면에서 세대교체에 따라 생산인구가 감소되고, 구인난으로 기업의 고민이 커짐에 따라 고용이 활성화 되었다는 분석이다. 실업인구가 줄어들면서 체불규모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또 강소기업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임금을 체불할 정도로 형편이 부실한 기업이 적다는 해석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하도급기업이 많은 까닭에, 느닷없는 납품단가 인하로 인한 임금체불이 따르는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비교뿐만이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과의 비교에서도 우리의 형편은 초라하다. 세계 최대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문화가 거론된다. 

사업주가 불황이라는 이유로 경기가 나빠지면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흡사 봉건시대의 주인과 노예의 관계와 같은 의식이 내재돼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그런 의식이 남아있다는 것인지는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체불, 특히 사업주에 의한 사례가 많다. 사업주는 호화주택, 고급차 등 개인적으로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근로자들은 임금체불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회사재산을 빼돌리고 사업주는 도주, 다른 회사를 인수해서 체불임금이 10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들의 급여는 반드시 줘야한다는 의식만큼은 철저하다는 것이다.                    

한가위가 며칠 남지 않았다. 조상묘소를 찾아 도리를 다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즈음이다. 이런 때에 생계를 걱정하는 적잖은 민생이 있다는 것은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민생고는 어제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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