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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심복의 배신으로 위기 맞은 유방(劉邦)161. 항우와 유방①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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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31  09: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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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河決不可復壅 魚爛不可復全 하결불가복옹 어란불가복전
터진 강물은 가로막을 수 없고, 썩은 생선은 돌이킬 수 없다 <진시황본기> 
후한의 반고(班固)가 진(秦)의 멸망은 이미 막을 수 없었다며 후대에 덧붙인 말
  

패공 유방과 항우는 여러 면에서 대비가 되는 인물이다. 유방은 성격이 느긋하고 꾀가 많은 사람이어서 소하(蕭何) 장량(張良) 같은 현신들을 두고 항시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전투에 관한 것은 번쾌와 하후영 기신 등 기라성 같은 장수들에게 맡겼다. 

항우 진영에는 아부라 불리는 범증과 숙부 항백 등이 있었는데, 항우의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 사실상 모든 판단과 지휘는 항우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나 같았다. 

공포의 정복자, 관용의 정복자

함양을 향해 진격해 오는 동안 항우와 유방이 진의 도성들을 정복할 때의 방법 또한 크게 달랐다. 항우는 점령한 곳의 군졸이나 주민들을 가혹하게 다루며 심지어 땅에 묻거나 불태워 죽이는 잔혹한 정복자였으므로 그의 군대가 다가오면 미리 성을 비우고 달아나거나 죽기살기로 대항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유방은 진나라에 속한 수령과 지방 원로들에게 먼저 투항을 권유하거나 설득하여 받아들이면 곧 깃발만 바꿔 꽂는 조건으로 본래의 직위를 유지하며 기왕 살던 대로 놓아둠으로써 크게 인심을 얻었다. 이미 진나라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패공의 군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려 스스로 투항하고 행군에 편의를 제공할 정도였다. 패공의 진격 속도가 빨라 훨씬 먼저 함양에 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함양을 점령하는 일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패공이 도성 앞 패상이란 곳에 진을 치자 진(秦)의 마지막 군주 자영은 스스로 자기 목에 올가미를 매고 나아가 진군해오는 패공의 행렬을 기다렸다. 신하들과 함께 황제의 옥새와 부절을 받들고 나가 무릎을 꿇고 그것을 바쳤던 것이다.
  
이제 진왕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장수가 있었으나, 패공은 이 말을 무시했다. “이미 항복해온 사람을 또 죽이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라고 거절하고는 진나라의 보물에도 손을 대지 않은 채 모두 창고에 넣고 봉한 뒤 항우의 본진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패공 유방은 진나라의 군신과 원로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그동안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에 오래 시달렸으니, 조정을 비방하는 사람은 멸족의 화를 당했고 모여서 의론하는 사람들은 저잣거리에서 사형을 당했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그대들을 위하여 해독을 없애려는 것이지 침략하여 포학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니 두려워 마시오.”

그리고는 관중에 가장 먼저 입성한 점령자의 권리로서 진나라의 법령을 모두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단 세 가지 금지법(法三章)만을 포고했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각기 그 죄의 크기에 따라 처벌한다.”

진나라 사람들은 비로소 진나라가 망한 것을 기뻐하였다. 패공을 위하여 고기와 술 음식을 가져왔으나 패공이 이조차 사양했다. 진나라 사람으로서 장차 패공이 관중의 왕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사실 패공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므로 화려한 진 황제의 궁에 들어가 쉬고 싶어 하였는데, 장량과 번쾌가 이조차 만류했기 때문에 패공은 곧 패상의 군진으로 돌아갔다. 

항백이 친구 장량을 구하러 오다

그러나 일은 공교롭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함곡관을 닫아 다른 제후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간하는 말을 들었다가 항우의 진노를 샀다. 게다가 그의 좌사마 조무상이 항우에게 패공이 관중의 왕이 되려고 한다고 고자질까지 했다. 조무상은 잔꾀가 많았던가 보다. 지금의 기세로 보아 유방보다는 항우가 새 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장차 항왕 휘하에서 한 자리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자기 주군에게 배신행위를 한 것이다.

항우는 진노했다. 날이 밝는 대로 군사를 몰고 가 패공을 치겠다며 군관들에게 군사들을 잘 먹이고 일찍 재우라고 명령했다. 태풍 전야의 불길한 고요가 찾아왔다.

공기조차 서늘한 그 밤에, 항우군에서 진영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항왕의 좌윤이며 사적으로는 항우의 숙부이기도 한 항백(項伯)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패공의 유후 장량과 친분이 두터웠다. 항우가 기세를 몰아 유방의 진영을 공격한다면 유방은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저항군에게 그랬듯 항우는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고 패공의 사람들을 몰살시킬 것이다. 항백은 적어도 오랜 벗 장량만큼은 그 참살에서 구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항백은 은밀히 패상으로 들어가 장량을 만났다. 모든 일을 상세히 알리면서 “패공과 함께 죽지 말고 지금 나와 함께 떠납시다”하고 권하였다. 그러자 장량은 “신은 패공을 따르고 있는데, 이런 위험한 일이 있는 줄 알면서 혼자 나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 주군께 알리지 않을 수 없으니 잠시 기다리시오.”하고는 즉시 잠든 패공의 숙소로 달려가 전말을 고했다.

패공은 크게 위태롭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항백을 데려오게 한 뒤 나이 많은 항백을 형(兄)으로 부르면서 도움을 청했다. 함곡관을 굳게 지킨 것은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며 자신은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군영에 머물며 항우와 다른 제후들을 기다렸을 뿐이라고 해명하고는 함께 대책을 의논했다. 유방을 처음으로 대면한 항백도 유방의 인간성이 마음에 들었던가 보다.

그도 유방을 살릴 궁리를 하다가 결국 항우의 오해를 풀고 진노를 달래는 것이 급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항백은 “내일 아침 일찌감치 오셔서 항왕께 사죄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항백이 밤길로 돌아가 항우에게 패공의 말을 전하며 “패공이 먼저 관중을 깨뜨리지 않았으면 공이 어찌 쉽게 들어올 수 있었겠소? 지금 그가 큰 공을 세운 것인데 그를 공격한다면 의롭지 못한 일이니 잘 대우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설득했다. 항우가 허락했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해독을 없애려는 것이지 포학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니 두려워 말라.” 진나라 사람들은 진나라가 망한 것을 기뻐하며 장차 패공이 왕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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