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김혜진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수식할 여유조차 없다는 듯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는 김혜진 소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미학이다.

독자들은 책 어디를 펴도 최소한의 문장으로 최소한의 내용만 전달하는 미니멀리즘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단기로 일하고 임시적으로 일하는 청년들의 현실과 그들이 추구하는 소박하고 간소한 인생을 더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작품 인물 중 표제작 ‘어비’에 등장하는 ‘어비’ 역시 최소한의 삶을 산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불필요한 것들’은 배제하고 자신의 현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만 세계를 구성한다. 이는 많은 것을 꿈꿀 수 없는 세대들의 역설적 노력을 암시한다.

이 책은 1년 동안 발표되는 중단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2016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실려 청춘의 새로운 모습을 핍진하게 포착한 문학성을 인정받은 표제작이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라는 소재로 한겨레출판 문학웹진 '한판'에 연재됐던 13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테마 소설집 ‘한밤의 산행’의 표제작으로 수록되어 독자들에게 선보인 적 있는 소설 ‘한밤의 산행’ 등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적 소재와 건조하고 미니멀한 표현이 절묘한 균형감을 이루며 고유한 색깔을 형성해 가는 저자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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