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총 맞은 것처럼'을 연달아 부른 백지영(37)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연 시작 전에 여기 오신 관객분들 수만큼 떨렸어요."

데뷔 14년을 맞이한 가수 백지영이 7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열고 건재를 과시했다. 16일 오후 3시, 낮 공연임에도 1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청중이 서울 잠실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호소력 짙은 음색의 발라드는 팬들의 귀, 녹슬지 않은 춤실력을 과시한 댄스곡은 눈을 사로잡았다.

백지영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한 공연은 7개 파트로 촘촘하게 구성됐다. 파트와 파트 사이의 공백은 밴드 연주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책임졌다. 꽃 그네 모형의 와이어, 리프트 등 무대장치에도 공을 들였다.

히트곡들을 엮은 스토리라인도 몰입을 도왔다. '총맞은 것처럼' 아팠던 여성이 '사랑 안 해'를 외치다가 '선택'하고 '대시'하는 식이다. 백지영의 이야기를 듣던 남녀들은 화려한 댄스곡 '선택' '대시' 등을 보고 들으며 치유를 받았다.

게스트도 공연에 활력을 더 했다. 용준형(24)은 '굿 보이'의 후반부에 깜짝 등장, 무대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하동균(33)은 데이미언 라이스(40)의 '더 블로워스 도터'와 자신의 곡 '프롬 마크'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중간 게스트로 등장한 이승기(26)는 자신의 히트곡 '되돌리다'와 '스마일 보이'를 선보여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공연 후반부에 재등장 '내 귀에 캔디' 남자 파트를 앙증맞은 안무와 함께 소화해 웃음을 줬다.

이승기는 "나 같으면 3시 공연은 상상도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댄스와 슬픈 발라드를 동시에 소화하는 유일한 가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백지영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을 즐겁게 한 것은 백지영의 다양한 히트곡들이다. 객석은 '사랑 안 해' '그 여자' '총 맞은 것처럼' '목소리' 등의 발라드부터 '내 귀에 캔디' '입술을 주고' '굿 보이' 등을 따라부르며 환호했다.

백지영도 자주 마이크를 넘기며 팬들과 호흡했다. "의사가 댄스곡을 두 곡 이상 연속으로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 노래는 이별 노래가 많아요. 쓸쓸한 2013년을 만들어 봐요" 등의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데뷔 14년, 돌아보는 시간 가졌으면 하는 욕심이었어요. 고즈넉하고 감동적인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라는 백지영의 욕심은 3시간에 걸친 공연 끝에 이뤄졌다.

한편 백지영은 이날 오후 3시, 7시30분 두 차례에 걸친 서울 공연에 이어 다음 달부터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투어에 나선다.


온라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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