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김언수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마흔 살, 전과 4범,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다.

만리장 호텔의 사장이자 구암 암흑가의 보스인 손영감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부하들 몰래 우울증 약을 먹으며 호텔방에서 ‘달방’을 산다. 주인공 희수의 현주소다.

건달로 사는 데 염증을 느끼고 구암 바다를 지긋지긋해하지만 달리 갈 곳도, 딱히 바라는 삶도 없다. 그런 희수가 20년간 모신 보스 손영감을 떠나 새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사랑해온 여자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잠시나마 가족을 꾸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폭력조직이란, 아니, 세상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기에 거대 세력 간 충돌과 음모 앞에 개인의 삶과 신념은 이용당하고 희생되기 마련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을 좇고, 암투와 회유, 배신으로 일희일비한다.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격랑이 이토록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뜨거움 때문이다.

즉흥적이고 속물적인 방식으로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으로 슬프고 씁쓸한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14년 집필을 시작해 지난 2년간 ‘뜨거운 피’에 매달렸다. 공들여 다듬은 작품을 어느 해보다도 강렬한 이 여름, 세상에 내놓는다.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다.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