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편집자주] “소비자를 편하게 해주는 제품이라면 비싸도 팔린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의 신념이다. 프리미엄 제품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새로운 시장 개편의 대안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차별화된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으며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양사는 프리미엄을 앞세운 가전제품으로 높은 매출을 자랑하며 2분기 영업 이익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으며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시장을 서서히 위협하고 있는 중국 제품들을 따돌리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시급한 과제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LG SIGNATURE(LG 시그니처)’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예술 사진에 담긴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LG SIGNATURE(LG 시그니처)’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예술 사진에 담긴 모습. <사진=LG전자>

삼성·LG 프리미엄 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가전제품 업체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언뜻 보면 소비자들의 얇아진 주머니를 공략하기 위해 저가 제품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 현명해보이지만 중국산 때문에 이미 저가 제품 판매는 한계에 달했다. 게다가 프리미엄 제품은 적게 팔리더라도 매출액 증가폭이 크기 때문에 기업에서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다.

가전제품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급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2분기 매출 중 CE(소비자가전)부문은 매출 11조5500원, 영업이익 1조300억원을 기록했고, TV와 생활가전 모두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TV의 경우 SUHD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인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이 9.2%였다. 9.7%였던 전 분기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9%가 넘었다. TV부문인 HE사업본부는 분기 사상 최고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 가전들의 영업이익률이 5%내외에 머무는데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 판매 비중이 증가한 효과다.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결합시킨 ‘트윈워시’도 가격이 200만 원에 육박하지만 7월 국내 출시 이후 하루 판매량이 최대 500대에 달하고 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의류 주름 펴는 옷장기기인 ‘트롬 스타일러’도 올해 3월 출시 100일 만에 1만2천 대가 팔리는 등 프리미엄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LG트윈타워에서 모델이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 7월 트윈워시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트윈타워에서 모델이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 7월 트윈워시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글로벌 산업분석 전문기업 IHS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가전 시장은 약 500조원에 육박한다. 이중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미국 5대 생활가전시장에서 16.7%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브랜드 기준)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분기 대비 2%p, 전년 동기비 3.7%p나 증가했다.특히 냉장고 ‘프렌치도어 제품군’에서 업계 최초로 한 분기 점유율 30%를 최초로 돌파(30.4%)하며 7년 연속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전면부에 멀티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가족간 정보공유 기능을 제공한 삼성 프리미엄 냉장고 ‘패밀리 허브’는 CNET, 리뷰드닷컴 등 미국 유력 전문지들과 소비자들에게 ‘세계 최고의 혁신적 스마트 냉장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인 ‘셰프컬렉션’과 ‘T9000’는 국내시장에서도 출시 4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기록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서 올 상반기 7조9천758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작년 동기보다 4.6%포인트 성장한 3천479억원을 찍었다.

유럽에서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1천7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조6794억원에 비해 16% 성장했고, 아시아지역도 올 상반기 3조3천108억원의 매출로 작년 동기보다 10% 정도 증가했다.

특히 미국 드럼세탁기 브랜드별 매출액 기준 올해 상반기 점유율 27.2%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미국에 출시한 ‘트윈워시’의 힘이다.

9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도 점유율 32.8%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기존 드럼세탁기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미니워시는 2분기에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팔렸다.

2007년 이후 단 한 번도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는 LG전자는 세탁기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통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2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생활가전동 프리미엄하우스에서 삼성 '패밀리 허브'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2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생활가전동 프리미엄하우스에서 삼성 '패밀리 허브'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융복합 제품으로 현지 특화형 제품 ‘봇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독특한 문화와 습관을 지녔지만 인구가 많고 구매 수요가 풍부한 인도와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 눈독을 들였다. 양사는 융복합 기능을 갖춘 현지 특화형 제품으로 이들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LG전자는 중남미 프리미엄 시장의 경우 대가족이 많은 현지 문화를 고려해 대용량 오븐레인지를 내놨다. 지난달에는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문화를 반영해 블루투스 스피커를 탑재한 냉장고를 중남미 7개국에 동시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 하단에 미니워시를 결합해 분리세탁과 동시세탁이 가능한 ‘트윈워시’를 연내 중남미 14개국으로 확대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말라리아 등이 염려되는 인도에 초음파를 활용해 모기를 쫓을 수 있는 모스키토 어웨이 TV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이를 필리핀, 스리랑카 등 동남아 국가에도 확대 출시할 방침이다.

앞서 2013년에는 전력이 불안정한 인도 상황을 감안해 ‘에버쿨’ 냉장고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전원이 끊겨도 최대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2009년엔 가무를 즐기는 인도인의 문화를 고려해 TV를 켜면 숨었던 스피커가 양쪽 측면에서 나타나는 ‘재즈 LCD TV’도 출시했다.

아프리카 시장 공략용으로는 초음파를 이용한 말리리아 모기 퇴치용 에어컨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현지 사장을 반영해 본체 후면에 배터리를 장착한 TV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액티브 워시’ 세탁기로 인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탁기 사용 전 애벌빨래를 하는 인도인들의 습관을 반영해 세탁기 상단에서 애벌빨래를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 인도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 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신제품발표회에서 현지 거래선 관계자들이 LG 냉장고에 탑재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다. <사진=LG전자>
지난 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신제품발표회에서 현지 거래선 관계자들이 LG 냉장고에 탑재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다. <사진=LG전자>

세계 최대 프리미엄 가전시장인 美서 빌트인 사업 강화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은 미국 전체 빌트인 가전시장에서 약 15%(매출기준)를 차지한다. 일반 빌트인 가전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프리미엄 가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빌트인사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LG스튜디오를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유통채널을 600여 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미국 빌트인 시장 매출은 2014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5월 미국에 ‘LG스튜디오’ 신제품을 추가로 내놓은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당시 “고객이 인정한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LG전자의 빌트인가전 브랜드를 완성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바 있다.

특히 LG전자는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풀패키지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하며 미국에서도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어 미국 베스트바이의 프리미엄 유통채널인 퍼시픽 세일즈의 로스앤젤레스 매장 등에서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사업 시장을 보다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미국의 대표 럭셔리 가전 브랜드로 꼽히는 ‘데이코’를 인수한다. 삼성전자는 북미지역에서 전자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 등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데이콤을 인수함으로써 미국 시장 입성이 보다 손쉬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레인지와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2만달러(약 2천200만원) 이상의 패키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문 유통망을 확보해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데이콤이 갖고 있는 주택·부동산 관련 B2B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북미 프리미엄 생활가전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인 '셰프컬렉션 빌트인' 제품이 아파트에 설치된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인 '셰프컬렉션 빌트인' 제품이 아파트에 설치된 모습. <사진=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 시장 엿보는 중국 따돌려야

국내 가전업체들의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업계에서는 대응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현지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중이캉에 따르면 메이디·하이얼·TCL 중국 3대 가전 업체의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전년보다 6%포인트 상승하며 54%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주요 가전업체의 시장점유율은 6%포인트 줄어든 38%에 그쳤다.

지난해 중국에서 새로 나온 프리미엄 냉장고 416개 중 현지 업체의 제품이 70%나 차지했다. 중국 에어컨 시장도 지난해 중국 3대 가전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0조7천억원 중 중국에서 15%인 31조원을 올렸다. 40조원을 기록한 2013년보다 9조원 가량 감소했고, LG전자도 지난해 중국 지역 매출이 전년보다 15.9%(1천414억원)나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중국만을 위한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제품명을 중국식으로 작명하는 등 자구책을 세웠고, LG전자도 프리미엄 가전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등을 앞세워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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