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노조 집행부 10명에 자격심의위 회부 통보

대한항공이 세무조사 청원 집회에 참석한 조종사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10명을 대상으로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징계위원회)를 열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원들이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세무조사 청원 집회에 참석한 조종사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10명을 대상으로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징계위원회)를 열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원들이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대한항공이 세무조사 청원 집회에 참석한 조종사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18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세무조사 청원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오는 25일 연다.

조종사노조는 "사측에서 세무조사 청원 집회에 참석한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등 10명에게 오는 25일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를 연다고 통보했다고"고 밝혔다.

징계위 회부 사유는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회사 비방과 명예훼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 소집 대상은 김대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이건흥 조종사노조 교섭 위원 등이다. 이규남 노조위원장은 집회 당시 교육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9일 조종사노조원 150여명은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집회 성격의 '세무조사 촉구대회'를 열었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내부로부터의 정상화가 불가능한 지금 국가 권력의 엄정한 조사를 통해 대한항공의 부도덕한 경영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조합원의 처벌에 대해 비난했다. 조종사노조는 "처음에는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인상이 불가함을 주장하다가 각종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해사행위를 말하며 조합원을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측이 이규남 위원장을 기장에서 부기장을 강등시킨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이 위원장이 지난 4월 1일 인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KE905편의 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사전 브리핑을 평소보다 길게 연장하며 비행 출발 시간을 44분가량 지연했다며 지난 1일 기장에서 부기장으로 강등시켰다.

사측은 또 앞선 4월에는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업무용가방에 부착했다는 이유로 조종사노조원 20명을 징계한 바 있다.

조종사노조는 "이미 당국에 제보 접수를 했고 참여연대와 함께 상세한 자료를 보완해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며 "재산 빼돌리기와 탈세 의혹뿐만 아니라 부실경영에 대한 배임·횡령도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남 위원장은 또 노조홈페이지를 통해 "세무조사 청원 근거가 있는 지 없는 지는 곧 밝혀질 것"이라며 "하늘 무서운 줄 아는 조종사로서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종사노조의 세무조사 청원은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난항에 빠진데 따른 것이다.

조종사노조는 최근 10여년 간의 임금 상승 누락분과 해외항공사와 임금수준,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을 이유로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1.9%의 임금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양측의 이견이 커 지난 1월 임금교섭 조정을 중지했으며 노조는 지난 2월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진정 떳떳하다면 세무조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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